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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 Dandelion
어른아이 노래 / 파스텔뮤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어른아이의 1집 곡 중에서 투표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1집 수록곡은?"
내 기억으론 '비틀비틀'과 '상실'이 각각 1,2위를 했던 것 같다.
이제 어른아이의 2집을 들으며 상상해본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2집 수록곡은?"
순위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공감은 보편의 미덕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
어른아이의 음악은 들을수록 귀에 닿지 않던 새로운 느낌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이 앨범을 처음 틀고 첫 곡 '애너벨 리' 앞부분의 서늘한 파도소리, 난 처음 그것이 비틀비틀의 빗소리인 줄 알았다. 모든 이들이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 곡은, 정말 좋다.(그래서 난 투표를 한다면 주저않고 첫 곡에 표를 던지겠다.)
'민들레'의 노랫말 -사라지는 게 두려워, 잊혀지는 게 두려워-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형식이로든, 이건 매우 솔직한 느낌이다. 이번 앨범의 테마는 단델리온, 그녀의 두려워하지 않는 작은 민들레 홀씨들. 피해 갈 수 없고 누구나 나름대로 견딜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유한성을 어른아이가 대면하는 방식.
'아주 아주 슬픈 꿈'은 듣기 전에 가사를 먼저 읽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밴드를 해 본 사람이면 그런 꿈 누구나 한 번쯤 꿔 본 적이 있지 않을까. 무대위에서 망연자실 허둥거리는. 누군가 좋아해 본 사람이면 그런 꿈 꿔 보지 않았을까.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버림받음.
'서성이네'는 의외였다.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어른아이의 황보라가 부르는 재즈풍의 가요랄까. 나에겐 무척 색다른 느낌이다.
'You'는 가사를 마지막까지 새겨듣지 않으면 슬픈 이별노래라고 생각할 거다.
-이제는 웃으려 네게 달려가-는 노래를 이렇게 가슴 아픈 멜로디에 담고, '아주 아주 슬픈 꿈'에 대한 노래는 그렇게 가볍고 경쾌하게 부르다니. 노래의 역설.
어른아이의 2집 [Dandelion]은 네이버 6월 2주, 이 주의 국내 앨범에 선정되었다.
선정위원들의 말을 옮기는 대신 황보라의 소감을 옮겨본다.
<이번엔 그냥 텅 빈 그대로, 주워담지 못한 마음 그대로 조금 천천히 흐르고 싶었을 뿐이고, "지금 내 상태랑 똑같아서 나한테는 참 정직한 앨범이다."라고 나는 말할 수 있겠네요.>
'행복에게', 'Fool', '어쩔 수 없다고 내게 말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 내게 말하지 마!', 'You', 'I wanna b'...
내가 모르던 그녀의 사랑을,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떠올려본다.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면서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이, 그 파도가 마지막 트랙에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