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 에디토리얼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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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알려진
SF문학상 은하상 성운상 수상작가 천추만의
SF소설 웨이스트타이드 

중국어 원작 제목은 황조(황차오)로
‘쓰레기의 조류’, ‘거센 물결’이라는 뜻으로
중국 관등성의 현실을 소재로 한
쓰레기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산을 이룰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있는 실리콘섬.
공기도, 물도, 토양도, 사람들도 쓰레기와 섞인 지 너무 오래되서
뭐가 쓰레기이고 뭔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
실리콘섬에는 쓰레기 인간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값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쓰레기를 분류하며 살고 있고,
섬을 둘러싼 세 개의 세력이 서로 견제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의 회사가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야기가 와 닿을 것이다.

중국 소설을 읽는게 처음이라 그럴까
처음에는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낯설게 느껴져서
책을 읽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묘사를 맛들어지게 잘해서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중반 이후 세력가 중 한 명인, 뤼진청의 아들이
정체 모를 병으로 쓰러지게 되면서
실리콘섬의 무당, 로싱푸아가 쓰레기인간 소녀, 미미를
환자 대신에 죽어야 하는 사람 ‘교대’의 대상으로 지목한다.

천센윈의 보호 아래, 카이종과 함께하는 시간은 안전했으나
뤼 가문 영토로 돌아와 작업장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토박이의 손에 들린 미미의 사진.

미미는 도망치지만 결국에 붙잡히게 되면서
이야기는 빠르고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며
이 소설이 왜 SF인지 알게 해준다.

SF로 들어가는 초반 빌드업이 길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뛰어난 묘사로 영상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천추판 작가의 웨이스트 타이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분들에게
환경 문제, SF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속구절

동남쪽에서 구름이 고삐 풀린 말처럼 휘몰아쳤다. 태풍 ‘사올라’가 해상 300킬로미터 밖에서 홍콩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태풍의 진로는 이름만큼이나 민첨하고 변덕스러웠다. -p.11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은 파리처럼 그 안을 쉴 새 없이 뒤적거렸다. 가치 있는 부품은 화로나 산성 욕조에 던져 넣어 구리, 주석뿐 아니라 진귀한 금, 백금 등의 희소 금속들을 추출했다. 남은 부분은 소각하거나 아무 데나 내던져서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 그 과저에서 보호 장비를 차굥ㅇ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39

스콧 브랜들은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이탈리어의 구절을 떠올렸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문에 새겨진 경고의 마지막 행이었다. -p.49

“정말 쓰레기인간들의 목숨의 가치가 토박이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카이종이 숙부에게 물었다. 미미의 얼굴이 잔상처럼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 얼굴의 무언가가 그 망막을 뚫고 그의 기억 속에 깊게 새겨졌다. -p.74

미미의 머리가 헬멧보다 조금 커서 헬멧의 곡선과 머리 사이에 약간 뜬 공간이 있었다. 원 형이 장난이 선을 넘기 전에 저지할 틈도 없이 여자 한 명이 헬멧을 힘껏 아래로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미미는 뒤통수뼈 바로 아래 피부를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p.78

사람의 목숨은 기계보다 훨씬 싸니까. 미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사장들이 전부 기계만 쓰리고 한다면 그녀들은 어디에서 일자리를 찾을까? -p.90

그녀의 순수한 미소, 그녀의 혈관 벽에 달라붙은 중금속 입자, 기형적인 후각세포와 손상된 면역체계를 생각했다. 그녀는 완벽한 자율성을 지닌,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작업 기계와 같았다. 그리고 이 땅의 또 다른 수억 명의 고급 노동 인력처럼 죽을 때까지 매일 지칠 줄 모르고 일할 것이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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