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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따뜻해야 마음도 몸도 따뜻하다. 그 무엇보다 인간은 제 영혼의 보온에 힘써야 하리라.


1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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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방외지사 2-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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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외지사 1-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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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운명을 끌어들이는 포지티브 에너지
주디스 올로프 지음, 김소연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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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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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꽃은 피었다가 때가 되면 시든다.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다. 인간의 사랑 또한 때가 되면 시든다. 그것 또한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들지 않고 빳빳하게 지는 꽃도 있다. 마치 죽음과 운명에 항거하는 핏발 선 눈처럼. 능소화. 땅 위에 뚝 뚝 떨어져 굴러도 선명하게 붉은 꽃잎은 실색(失色)할 기미조차 없다. 순명하지 못하는 처절한 것들은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 운명이나 죽음조차도 시들게 하지 못하는 인간의 사랑도 있다.

이 책은 400년간의 긴 어둠속에 묻혀 있던 옛 여인의 사랑과 한을 능소화 붉은 꽃잎으로 다시 세상에 피어나게 한다. 1997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무덤 속 미이라와 편지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원이 엄마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귀한 유물을 복원해 내듯 그 짧은 편지 한 장만으로 이토록 절절한 운명과 사랑을 복원해낸 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리라.

응태와 여늬. 조선시대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선남선녀다. 능소화가 만발한 날 응태가 사냥을 나갔다가 여늬를 처음 만난다. 그들은 몰랐지만 이미 정혼한 사이다. 응태 아버지는 아들의 운명에 해를 끼칠 능소화를 피해가기 위해 집 안팎의 능소화를 모조리 베어내기도 하면서 애를 썼지만 운명은 비켜가지 않는다. 결국 둘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능소화를 훔친 죄로 팔목수라에게 좇기던 여늬는 숨겨둔 한 그루 능소화로 인해 들켜버린다. 남편과 자식을 차례로 팔목수라에게 잃은 여늬는 결국 곡기를 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눈이 여덟 개 달린 팔목수라는 역병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현대적 시선으로 읽자면 '불행'이 아닐까.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딘가에 불행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불행은 이들처럼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적으로 예비되어 있다.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은 없고, 이기지 못할 슬픔은 없고, 아물지 못할 상처는 없다"고 팔목수라는 말하지만, 여늬는 결코 자신의 슬픔을 잊을 수도 고통을 이길 수도 없었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모조리 베어낸 능소화를 다시 남편의 무덤에다 심어 하늘이 내린 운명을 거역한다. 능소화로 인해 남편을 빼앗겼지만 남편의 무덤에 능소화를 심으며 다시 남편을 만날 것임을 믿는다. 정말이지 사랑은 무서운 그리움이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조차 가뿐하게 넘는다. 그래서인지 잔잔한 일기 형식으로 쓴 여늬의 글은 절제된 고통과 슬픔으로 더욱 뭉클하다.

사랑은 영혼의 산소 같은 것. 사랑이 없이 어떻게 하룬들 살아갈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철 지난 옷처럼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연애 상업주의', '결혼은 환불이 까다로운 쇼핑', '결혼도 일종의 재테크' 하는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활보하는 시대에, 옛부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고 시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세상에서 결코 말라서는 아니 될 우물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신화다. 그러니 사랑의 신화는 더 많이 창조되어야 한다. 신선한 산소는 더 자주 공급되어야 한다. 사랑조차도 사고 팔거나 이문을 계산해야 하는 시장논리에 잠식된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세상에선 더욱 더.

철 지난 계절까지라도 방방곡곡에 '능소화'가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죽음이나 운명조차도 소멸케 하지 못한 400년 전의 이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답답한 세상에 신선한 산소를 '순간증폭'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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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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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록 정이 드는 책이 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픈 책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엔 흥미롭게 읽었다가 두 번 다시 손에 들고 싶지 않는 책도 있다. 그래서 기억 속에서 이내 사라져 버리는 책도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처럼 책과 사람이 맺는 관계도 다양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십여 년 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다. 마치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처럼 특별하게 만났다. 아직도 그 만남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날 손수건 한 장을 다 적셨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독서 중에 그렇게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결코 얄팍한 감각이나 감정 따위를 자극하는 책은 아니었다. 책의 내용이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자꾸만 솟구쳤다. 이 책은 내 본성을 단번에 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분명 영혼의 떨림이었다.

이 책은 인디언 체로키족 소년이 조부모와 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백인들에게 짓밟힌 인디언의 처절한 역사가 군데군데 스며 있다. 하지만 대자연의 품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영혼을 가진 그들은 시를 배운 적 없지만 모두가 시인이고 종교를 가진 적 없지만 다들 밝은 영성과 해탈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머니인 자연이 자신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무와 새와 시냇물, 비와 바람과 산의 말을 알아듣고 함께 대화한다. 지혜와 사랑으로써 삶의 순리와 이치를 조용히 속삭인다. '늑대별'을 통해 '윌로 존'과 마음의 영상을 주고받던 주인공 '작은 나무'. 그랬다. 그들은 말없이도 영혼을 알아보고, 사랑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 날 이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랑하였고, 선물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감동을 다른 이에게도 전해주었다. 영혼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따뜻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수십 번의 윤회 끝에서야 겨우 만나진다던 영혼의 동반자(soul mate)처럼, 이 책은 오늘도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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