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을수록 정이 드는 책이 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픈 책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엔 흥미롭게 읽었다가 두 번 다시 손에 들고 싶지 않는 책도 있다. 그래서 기억 속에서 이내 사라져 버리는 책도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처럼 책과 사람이 맺는 관계도 다양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십여 년 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다. 마치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사랑처럼 특별하게 만났다. 아직도 그 만남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날 손수건 한 장을 다 적셨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독서 중에 그렇게 눈물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결코 얄팍한 감각이나 감정 따위를 자극하는 책은 아니었다. 책의 내용이 슬픈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물이 자꾸만 솟구쳤다. 이 책은 내 본성을 단번에 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분명 영혼의 떨림이었다.

이 책은 인디언 체로키족 소년이 조부모와 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백인들에게 짓밟힌 인디언의 처절한 역사가 군데군데 스며 있다. 하지만 대자연의 품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영혼을 가진 그들은 시를 배운 적 없지만 모두가 시인이고 종교를 가진 적 없지만 다들 밝은 영성과 해탈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머니인 자연이 자신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무와 새와 시냇물, 비와 바람과 산의 말을 알아듣고 함께 대화한다. 지혜와 사랑으로써 삶의 순리와 이치를 조용히 속삭인다. '늑대별'을 통해 '윌로 존'과 마음의 영상을 주고받던 주인공 '작은 나무'. 그랬다. 그들은 말없이도 영혼을 알아보고, 사랑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 날 이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자랑하였고, 선물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감동을 다른 이에게도 전해주었다. 영혼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따뜻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수십 번의 윤회 끝에서야 겨우 만나진다던 영혼의 동반자(soul mate)처럼, 이 책은 오늘도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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