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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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베르베르였습니다. 그의 전성기라는 평가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의 번득임과 날카로운 관찰은 여전했고 되려 처음 그의 명성을 알린 개매에 비해서 더 잘 갈고 닦여진 듯 느껴집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에도 다 읽고 나 후에도 한참동안을 마음 한곳에서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끈질지게 따라 붙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출세작 개미에서 느꼈던 집요함이었다는 것은 한참을 지나서였습니다. 물론 단편의 특성상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 보다는 반짝임과 반전이 더 도드라지고 나무는 그러한 장점이 극도로 부각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속에서도 집요함을 바랬던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감탄을 자아내는 소재와 그것을 엮어가는 번득임도 장을 더할수록 그것이 작가가 넘치도록 가지고 있는 재치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드는 것은 정말이지 베르베르에게 가졌던 너무나 큰 욕심과 기대였던 듯 합니다.

그의 치밀함이 맘껏 드러날수 있는 또 다른 개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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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 - 양장본
정영목 지음 / 학고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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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화백의 그림의 제대로 감상하게 된 것은 모화랑에서 열린 장욱진 화백의 10주기전에서 였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을 이루는 화가로서의 명성을 들어왔지만 바로 앞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요 화가의 상설 미술관이 극히 드문 탓에 유명화가의 그림은 10주기, 20주기 등등 수년에 한 번 힘겹게 전시회가 열리는 것이 관례화(?)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은 교과서나 간혹보이거나 전시회에 맞춰 급하게 만들어지는 도록에서나 흘려지나가던 하나의 그림 아닌 사진이 되어 버렸고 그저 유명하고 비싼 그림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장욱진 화백의 카탈로그 레조네 간행은 모험이자 아름다운 도전이겠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누군지 모르지만 남는 돈이 많거나 조금은 무모한 사람이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책가격에 고민 끝에 어렵사리 구입했지만 한장 한장 넘기면서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단순한 그림의 나열과 간략한 설명이 아닌 한 화가의 일대기를 볼 수있는 뜻 깊은 작업인 듯 합니다.

이번 시도로 난감할 정도의 손해가 나지 않았다면 이후 우리 화가를 위한 아름다운 노력이 지속되기를 바랐지만 다른 화가에 대한 대작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것을 알 수 있는 이러한 작업이 꾸준히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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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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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신의 약점 또는 버리고 싶은 것들에 큰 영향을 끼친 지난 시절의 힘들었던 일상을 뒤돌아 보다는 것은 단순히 피하고 싶은 과거를 넘어 처절한 고통임을 한 번쯤이라도 시도해 본 사람은 절실히 느껴지는 일입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짐은 자신의 고통을 되살려 보지 않은 탓에 그 고통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단순히 줄거리만을 본다면 어느 드라마나 통속소설에서도 나올 법한 흔하디 흔한(?) 어두운 가정사의 하나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글은 각 등장인물의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행동, 말, 표정이 주는 지대한 영향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변화, 각 등장인물의 절실함, 자포자기는 마치 가족이 구성원이 된 듯 독자를 그 속에 몰입시키고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하나하나 되살리며 다시 그 고통을 겪었을 작가의 아픔이 너무 컸기에 단 하루의 이야기만을 썼음에도 그 지치고 힘든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만으로도 피폐해진 가족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단순의 줄거리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 상황에 같이 참여한 듯 실감나게 표현된 글이 다시 한번 가슴 저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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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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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라는 황당한 사태를 겪은 지 얼마 안 되서 이 책을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굉장했습니다. 얇은 장수, 심오하거나 난해하지 않은 책 내용에 너무도 단순한 해결책과 명쾌한 결론은 되려 혼란까지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해결책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던 상황에서 제시된 간단한 해결책.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에 참여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해법에 되려 혼란에 더불어 자괴감까지을 가중시켰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명쾌한 방향 제시에는 동감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정답을 알려주고 그 답을 해결하는 방식까지도 너무나 당연한 터라 콜롬부스의 달걀같은 반짝하는 번뜩임을 있으나 통쾌함은 결여된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변화에 역행하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노력하고 더 나아가 그 변화에 앞서 더 빠르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라는 이 책의 구호는 처음의 환호가 지나가자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아마도 격동의 세월에 너무도 정신없이 보내고 어느 정도 자과감에 빠진 상태에서 읽게 된 책이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당시의 신선한 충격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한 하나의 원동력이 됐음을 부인할 수 는 없습니다. 실의에 빠져있는 분들 또는 새롭게 이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께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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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통령 1
이원호 지음 / 문학수첩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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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가 이원호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냉담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작가라기 보다는 통속 소설가라는 이름이 더 낯익습니다. 1990년대 초반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대출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저속 소설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그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신랄합니다. 항상 같은 줄거리에 같은 결말... 한권만 읽어 봐도 그가 쓴 다른 소설의 줄거리가 줄줄 떠오르는...

하지만 그의 소설이 계속 잘 팔린 다는 것, 각종 신문연재소설의 제일 인기있는 소설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각종 베스트셀러 집계나 비평에서는 빠지지 않고 배제되는 이상한 소설가입니다. 물론 그의 레파토리가 비슷비슷하고 시대나 인물, 사건에만 조금씩 변화가 가해진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 만 합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다분히 그의 경험에서 베어나오는 치열함 역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엇비슷한 줄거리에 빈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게 베스트셀러 작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그런 탓에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소설은 빠르고 신이 납니다. 그리고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역량입니다. 페스트푸드가 몸에 나쁜 지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중독성에 미루기 앞서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달콤함도 감안해야겠지요. 그저 문학성은 잠시 접어두고 읽는 즐거움 그 자체에 빠지기 좋은 바로 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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