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놀란 나머지 정신이 아찔해져서 의혹에 찬 공포를 가슴에 안고 왔던 길을 되돌아 골목길까지 달려오다가 하마터면 엘렉트릭을 놓칠 뻔했다. 나는 강변으로 되돌아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냉정하고 신중한 아버지가 이따금 광적인 발적을 일으킬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방금 내가 목격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즉시 내가 얼마를 더 살더라도, 지나이다의 그 몸짓, 그 눈매, 그 미소를 결코 영원히 잊을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느꼈다. 그녀의 모습, 뜻밖에 내 눈에 비친 그 새로운 모습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되었다. 나는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눈물이 줄줄흘러내리는 것도 몰랐다. `그 여자가 매를 맞다니,`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매를 맞다니..... 매를 맞다니.....`투르게네프도 러시아 문학도 생소하다. 유럽의 변방에서 유럽을 동경했던... 러시아 귀족들, 그래서 그들중 다수는 혁명 덕분에 유럽으로 망명했다는.. 책에 그런 정서가 좀 반영되어 있는 듯해서...투르게네프.. 처음 접했지만..서정적인 제목과 아름다운 문장뒤에 칼을 숨긴듯한....사람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벼랑까지 몰아세우는 잔인한 작가로군요. 하지만 매력적이다.
˝19세기 서구에서 태어난 사회주의의 이념인 `평등`이 21세기의 전지구적 혁신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이념은 역시, 지나간 세계전쟁시대와 국가사회주의의 역사를 깊이 고찰함으로써, 20세기의 경험으로부터 창출되어야 하지 않을까................................................평등은 그것을 향해서 영원히 노력하기 위한 목표로 생각해야 한다.˝20년이 넘은 오래된 책이지만... 대단하다. 사회주의 역사를 200페이지 남짓한 책에 풀어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전쟁시대와 세계경제시대 그리고 세계경제시대의 종말을 예견한 통찰력. 그리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에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다. 학자의 실천은 이런것이구나...
˝허삼관이 인도를 따라 걷는데 문득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생에 처음으로 피를 못 판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갈 때마다 매혈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다니..... 집에 무슨 일이 또 생기면 어떻게 하나? 허삼관은 울기 시작했다.피를 팔기위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피를 팔고 후들거리며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이.. 눈가에 아른거려 눈물이 핑... 어쩌면 인생은 무언가를 팔아가며 지탱하는 것... 누구를 위해 팔고 있는가.. 그게 문제지?부정 이런건... 이렇게 텁텁하고 묵직하게 찡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