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고정순두 작가의 이름 만으로도 이 책을 꺼내들 이유는 충분하다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민음사 북클럽 시절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택했던 <자기만의 방> 이었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고개가 끄덕여지던 그 시절, 방은 커녕 내 책을 펴들 여유조차 없어서 먼지 쌓인 채 책장에 머무르곤 했었지. 초단편 그림소설이란 장르도 궁금했지만무엇보다도 이 책을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건버지니아 울프 x 고정순이 조합은 무조건 아닌가요!!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쓸쓸한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재닛 V와 메리 V 두 자매의 이야기지만 그저 V양이라 부른다.단수로 말하지만 실은 복수인 셈이다.15년 전부터 런던에 살았던 사람. 종종 마주쳤고 인사했던 사이.없으면 무언가 허전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존재감인 V양.어느 날 아침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깨어났다.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그녀의 집을 찾아갔고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녀의 이름을 외치던 그 순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지금 의자를 쳐서 바닥에 쓰러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러면 적어도 아래층 사람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겠지.그녀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이 죽음의 순간이었다는걸 알리듯처음 시작에선 세워져 있던 의자가 그녀의 옷 아래에서 넘어져 있다.<외로움 반장> 이란 책에는 '외로움 장관'을 임명한 영국의 이야기를 꺼내며 반 친구들의 외로움을 발견하고 돌봐주는 '외로움 반장'을 뽑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대 사회의 외로움이 이젠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의 이슈라는거다. <불가사의한 V양 사건> 에선 '이 이야기는 런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라고 했지만 이미 전 세계에 수많은 런던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V양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SNS의 홍수 속에서 수많은 방법으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지만가면이 아닌 그림자도 아닌존재 자체로 이름을 불러주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지금 우리 옆에도 많은 V양들이 기다리고 있다.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끝나고고정순 작가님이 쓰신 부록 <이름이 되어>를 읽으며그 어떤 책의 해석보다도 이 책을 잘 설명하는 글이라 생각했다.'여자애들'에서 '송민아'로 만날 때에서야 무채색 평면의 존재가 알록달록 찬란한 입체로 보이기 시작한다.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의자를 넘어뜨려야 할까아직 넘어지지 않은 의자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이름을 외치는 그 새벽이 너무 늦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