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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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기적이다


                    

                                    분홍문의 기적, 강정연, 비룡소



띠지에 적힌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울고 웃고 화내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어쩌면 기적 같은 이야기

그렇다. 강정연 작가의 분홍문의 기적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전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말을 경구로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다. 살면서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겪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평범한 일상이 어쩌면 기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산다. 그리고 아주 가끔 미디어가 전하는 사건사고를 통해 이 경구를 꺼내어 자신의 삶에 감사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대개의 경우 망각수를 마신 사람처럼 새까맣게 잊는다. 내 일이 아니니 그럴밖에.

 

분홍문의 기적은 내게 닥친 일이 아니어서 평범한 일상에 무감각한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어떻게 간절한 삶이 되는지 마음판에 새기게 한다.

 

분홍문의 기적표지 그림은 따뜻하면서도 살짝 열린 분홍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게 하는 힘이 있다. 기실 이 문은 일부러 열어 놓았을 것이다. 엿보고 싶은 충동이 격하게 생긴다. 평범한 집 내부에 날개달린 사람이 날고 있으니..... 그 나머지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면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중략

 

여기 무척 화가 난 두 남자가 있다.

이들에게 아무도 믿지 못할,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는 문장으로 다음 장을 재촉한다.

 

그리고 분홍 문에는 누가 살까?‘로 첫 장을 시작한다. 분홍에 대한 고정적인 느낌이 있다. 부드럽다. 행복하다. 온화하다. 여성스럽다. 사랑스럽다. .

독자들은 분홍 문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살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 더욱이 분홍 문에 걸려있는 집 모양 나무판에 행복한 우리 집이라고 쓰여 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가도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처음에는 분홍 문 안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과장되게 그리다가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며 분홍 문 안에 사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형편없는 두 남자를 소개한다. 두 남자의 일상은 보기 부담스럽다. 외면하고 싶다. 집안은 더럽고 엉망진창이다. 아들 박향기는 향기라는 이름대신 냄새라는 딴이름을 얻은 지 오래고, 아버지 박진정은 밤낮으로 술에 쪄들어 제 가게임에도 나 몰라라해 상가에서 민폐 1호가 되었다.

 

산뜻하고 따뜻한 분홍 문, 더욱이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가호가 붙은 이 집에서 어떻게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모두 피하고 싶은 분홍 문 식구들이 되었을까. 그 사연을 알고 기가 막힌다.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극적이어서 어이가 없다. 그러나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박향기, 박진정 두 부자에게 일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더없이 행복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빠는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신문을 보고 아들은 제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엄마는 즐거운 마음으로 부엌에서가족을 위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엄마는 된장찌개의 화룡점정 두부가 없어 두부를 사러갔다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3분이면 다녀오는 거리였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상황 아닌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던 엄마가 죽었다니....., 그러니 박향기, 박진정 두 부자 어떻게 일상을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그래도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아버지인데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렇게 살면 안되지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박진정, 박향기 두 부자의 생활을 비난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삶이 옳은 것도 아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의 죽음에 잠식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 죽음이 준비되지 않았고 왜 하필 내게 일어난 일인지 원망스럽고 현실을 부정하고 죽음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다는 것은 알지만 각자에게는 주어진 삶이 있다.

 

그들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는가?

그들을 치유할 방법은 정말 없는가?

박진정, 박향기 남겨진 분홍 문 안의 남자들은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의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말처럼

지금은 반짝반짝 빛나는 맑고 투명한 유리잔이지만, . . 1초 뒤에도 유리잔이 여전히 빛나고 있을지,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깨져 있을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은 아니 절대 오면 안 되는 일이지만 그 일이 누구에게나 분홍 문 사람들처럼 올 수 있기에 결과가 아닌 분홍 문 사람들의 삶을 통해 그들이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에 주목해야한다.

 

초록 문 사람들처럼 죽은 사람이 천사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는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72시간 살아 돌아온 지나씨의 등장은 데우스엑스마키나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유효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이 이야기의 주제가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이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다. 지나씨의 등장은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 일이며 행복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읽어내야 할 것은 영원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충실한 것이 영원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일지도 모른다. 1초. 뒤 유리잔의 운명을 알 수 없기에.....


 

우리에겐 선물처럼 주어진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아침, 세 번의 점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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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실연 상담실 푸른도서관 77
이수종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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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들고 앉으면 작가가 주인공의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을 받아 들었을 때도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차례에 나타난 6개의 닉네임 -나무늘보, 피오나, 백색왜성, 헤라클레스, 아마존, 잃어버린 섬, 이 닉네임들이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의 정체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아 소설에 대한 흥미는 배가 되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그저 멋지면 그만이었다. 이름이 갖는 의미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해 볼 수 없었다.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면서 이름에 대한 나의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물을 명명하는 인디언들을 보면서 이름을 쉽게 보아 넘기지 않았다. 이름에 담긴 정체성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름에 담긴 여러 의미들을 짐작하며 대상을 이해하고자 했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의 주인공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 스스로 자신의 딴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실연 상담실에 상담을 신청했다. 요즘 아이들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는 장치라고 여겨진다. 실연의 고통 속에 아파하고 허덕이는 우리 때의 신파를 넘어서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학작품이 시대를 반영하고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통해 요즘 아이들의 감수성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오나 이야기에서 피오나 할머니와 스즈키 상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피오나의 실연을 치료하는 치유제이기도 했지만 아릿한 사랑에 대한 동경을 포기 못하는 기성세대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6개의 사랑과 실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책을 덮을 즈음, 요즘 청소년들의 사랑이 좀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치유과정이 요란하고 지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담백하고 짧았다. 그랬기에 기성세대인 난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나와는 다르게 세상을 보고 느낀다는 것을 인정했다. 감수성도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아이들이 겪고 있을 연애사를 담담하게 그렸다. 아이들의 연애를 못마땅해 하며 매도하는 성숙치 못한 이들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겪었거나 겪고 있을 또 겪게 될 실연을 좀 더 성숙하게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은 항상 열려 있고 곁에 있다는 비밀을 찾았으면 한다.


 

그냥 무너져 버리고 싶다는 감정과 어떻게든 버티자는 이성과의 싸움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까. 카드는 내 손안에 있다. 내려놓고 쓰러뜨릴 것인지, 이대로 멈출 것인지. 내 의지만으로 도미노 카드는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삶은? 무너지는 나의 삶은 내 의지로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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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 푸른도서관 76
김선경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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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을 단숨에 읽는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시라는 것이 본디 시어와 시어 사이에, 행과 행 사이에, 연과 연 사에 쉼표를 잔뜩 넣어가며 읽어야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제대로 읽는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김선경 청소년 시집 뱅뱅을 난 단숨에 읽어버렸다. 시 한 편 한 편에 쉼표를 마침표를 넣을 수가 없었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야기를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심취했는지 아니면 시의 운율이 탁월해서인지 시가 담고 있는 내용들이 반항적이어서인지 어느새 난 래퍼가 되어 뱅뱅에 담긴 시를 랩으로 읽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대단히 훌륭한 래퍼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했다.

 

시집 뱅뱅청소년 심리를 시로 쓴 보고서라고 하면 예술의 최고 경지인 시를 보고서라고 표현했다고 비난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뱅뱅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어 옆에 있는 친구를 자녀를 나를 다독거려 줄 수 있는 탁월한 심리치료서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교과서에서 난해한 시를 대하는 청소년들이 뱅뱅을 읽는다면 시라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고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정말 친근한 문학 장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시를 만만히 보는 친구도 생길지 모르겠다. 좋은 일이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이라면 자신들이 품고 있는 고민들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있음을 느낄 것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뱅뱅에는 기성사회의 잣대로 청소년들을 재단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시들이 다수가 있다. “단수도 그 하나다.

 

단수

이상하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쉴 새 없이 콸콸 흘러나왔는데

 

중학교 입학 후

학년이 올라갈수록

꿈도 희망도

아무리 쥐어짜도

아무리 돌려봐도

 

내 안에서

단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열여섯, 내 꿈 탱크가

단수다, 단수!


 

 

 

청소년들이 꿈을 잃은 것은 그들 탓은 아니다. 오로지 사회적 성공 즉 부의 축적을 인생의 정답으로 만들어 놓고 그리고 몰고 가고 있는 기성사회의 탓이다. 그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기에 콸콸 꿈이 쏟아지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길이 무척이나 고달프고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꿈은 앞으로도 단수 상태에 놓여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꿈이 단수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다수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단수를 읽으며 나 역시 내 꿈이 단수조치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똥통 속”, “운동장 조회”, “그럼 여긴 어디지?” 세 편의 시는 경쟁체제하에서 공부를 못하는 청소년들을 모두 하나로 규정한다. 그들은 똥통이거나 쓰레기다.  그들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루크수스테스가 되어 철저하게 기성사회의 잣대로 청소년들을 재단하고 그 틀에 끼워 넣는다.


이처럼 "뱅뱅"이 어두운 청소년 사회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모든 시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우정과 학교생활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이성과 외모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다루고 있다. 특히 다의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재치와 풍자 위트를 십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 시집이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사이다”, “다독”, “깃발이 청량감을 준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 잡히도록 강요받는 아이들은

뱅뱅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제자리를 도는 소리가 그들의 귓가를 맴돌고 있어 어지러울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반딧불이고치는 참으로 다독이는 시다. 미래를 열어 놓는 시이고 그들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시다. 너와 내 목에 걸린 12시간의 올가미로 인해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시간에 대한 갈망을 스스로 음미하도록 힘을 주는 시인의 다독이다.


 

 

반딧불이

 

누군가 불을 밝혀 주지 않으면

촛불은 제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

 

누군가 불을 밝혀 주지 않으면

등불은 제 스스로 빛을 낼 수 없다.

 

그러니,

반딧불이 되어라.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제힘으로

어둠을 헤치며

밤을 밝히는

반딧불이



모두가 뱅뱅을 그것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학교 도서관에 꼭 비치가 되어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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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별까지 푸른도서관 75
신형건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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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현하지 못해 혼자만 알고 있는 시

죽으면 함께 사라질 시

평생 가슴에 묻혀 울고 있던 말

옹아리로 죽어 버린 나만의 시

 


시인이거나 아니거나 아이이거나 아니거나 누구에게나 가슴에 묻어 놓은 말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말들은 평생 가슴속에서 울다 옹아리로 죽어버리기가 일쑤일 것이다. 그들이 묻어 버려고 그들이 죽여 버린 그 말들을  찾아 시를 지어 내는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싶다.

 

시에서 잔잔한 슬픔이 밀려오고

격한 공감으로 인해 고개를 끄덕이고

잊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표현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것은

태고 적 우리들 안에 있던 이 말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어 가능한  것일 게다.

 

그럼에도 너무도 개인적이고 난해한 상징과 어려운 시어로 인해 나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이야기였던 시들이 외계의 언어가 되었다. 더 이상 시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나마 아동문학기(?) 시절에는 동화도 읽고 동시도 읽지만 중학교 입학과 함께 독서에서도 청소년들은 방황을 한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앞에 규정된 어린이 도서, 청소년 도서 등의 구분이 그것에 일조하고 있는 모른다. 특히 시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동시를 훌쩍 뛰어넘으니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청소년시집이라는 이름 달고 나온 신형건의 '별에서 별까지'와 김선경의 '뱅뱅'은 의미있는 시집이다. 어린이에게 동시가 있다면 청소년에게는 청소년 시가 있는 것이 당연해야 할 것이다. 동시가 어린이의 정서를 담고 있듯이 청소년 시는 청소년의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들의 정서와 성인의 정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청소년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정은: 소설은 스토리라 읽으면 재미있다. 시에는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재미없다.

영아: 시는 함축적이라 이해하기 힘들다. 시를 읽어도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공감이 가는 시도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나중에는 기억도 안난다.

희정: 소설은 스토리가 있어 재미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또한 분량이 많아 지식을 비롯해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

       시에도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얻는 것이 없다.

시우: 시는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해하기가 힘들다. 너무 짧은 스토리라서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니까 어렵다. 귀찮다.

채원: 시 읽어요. 교과서에 나온 시. 시집이 있으면 읽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그들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암송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이쁘다고 말해서란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시를 읽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긁어주고 위로해주는 시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탓하고 지적하는 어른보다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시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시들을 만나지 못해 시를 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를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시를 원하는 청소년에게 시인 신형건은 시집 별에서 별까지를 선물하고 있다.

 

의자를 읽은 한 친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쓸쓸한 모습이 슬프다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를 기다려 봤기 때문에 의자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를 기다렸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공유하지 못했던 비밀을 시에서 발견하고 그 아이는 시가 신기하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인정받는 친구는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변하기 때문에 친구 마음도 변하니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주 오래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인은 마음은 알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고 잡고 싶어 눈을 보고 손을 잡는다고 했다. 시에서 마음을 알아야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손이라도 잡아 그 마음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진 나와는 사뭇 다른 시 읽기였다.

 


이정표



왜 이런 이정표는 없나?


네 마음이 쉴 곳

앞으로 3Km



 

'이정표'는 그들 모두가 좋아한 시다. 시가 달다하단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고 위로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정표를 마구 만들어 댔다. 서로의 이정표를 읽으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나도 누군가 빈 이정표를 내밀기를 소원하지 않는가.


 

시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시는 더 이상 시인의 것이 아니다. 시를 건네받은 사람의 것이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시인이 청소년을 위해 묶었다고 했다시인의 시를 읽은 몇몇 청소년은 시인의 정서와 체험에 자신들의 정서와 체험을 투영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시인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들은 많은 시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공감했고 또 되새겼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을 위한 시가 되어 가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 친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져 학원에서 나오자마자 달을 찾는다고 했다. 날마다 달을 보면서 달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되었고, 밤하늘 색깔이 무척 다채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또 달이 뜨지 않은 날은 괜히 우울해진다고 했다.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진 연유로 지금까지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게 될 이 세상 청소년에게 별에서 별까지는 그들의 비밀 일기장을 열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그들이 담게 될 무수한 언어를 발현시키는 마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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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현하지 못해 혼자만 알고 있는 시

        죽으면 함께 사라질 시

        평생 가슴에 묻혀 울고 있던 말

        옹아리로 죽어 버린 나만의 시

 

시인이거나 아니거나 아이이거나 아니거나 누구에게나 가슴에 묻어 놓은 말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말들은 평생 가슴속에서 울다 옹아리로 죽어버리기가 일쑤일 것이다. 그들이 묻어 버려고 그들이 죽여 버린 그 말들을  찾아 시를 지어 내는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싶다.

 

시에서 잔잔한 슬픔이 밀려오고

격한 공감으로 인해 고개를 끄덕이고

잊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표현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것은

태고 적 우리들 안에 있던 이 말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어 가능한  것일 게다.

그럼에도 너무도 개인적이고 난해한 상징과 어려운 시어로 인해 나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이야기였던 시들이 외계의 언어가 되었다. 더 이상 시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나마 아동문학기(?) 시절에는 동화도 읽고 동시도 읽지만 중학교 입학과 함께 독서에서도 청소년들은 방황을 한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앞에 규정된 어린이 도서, 청소년 도서 등의 구분이 그것에 일조하고 있는 모른다. 특히 시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동시를 훌쩍 뛰어넘으니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청소년시집이라는 이름 달고 나온 신형건의 '별에서 별까지'와 김선경의 '뱅뱅'은 의미있는 시집이다. 어린이에게 동시가 있다면 청소년에게는 청소년 시가 있는 것이 당연해야 할 것이다. 동시가 어린이의 정서를 담고 있듯이 청소년 시는 청소년의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들의 정서와 성인의 정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청소년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정은: 소설은 스토리라 읽으면 재미있다. 시에는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재미없다.

영아: 시는 함축적이라 이해하기 힘들다. 시를 읽어도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공감이 가는 시도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나중에는 기억도 안난다.

희정: 소설은 스토리가 있어 재미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또한 분량이 많아 지식을 비롯해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

       시에도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얻는 것이 없다.

시우: 시는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해하기가 힘들다. 너무 짧은 스토리라서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니까 어렵다. 귀찮다.

채원: 시 읽어요. 교과서에 나온 시. 시집이 있으면 읽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그들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암송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이쁘다고 말해서란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시를 읽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긁어주고 위로해주는 시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탓하고 지적하는 어른보다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시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시들을 만나지 못해 시를 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를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시를 원하는 청소년에게 시인 신형건은 시집 별에서 별까지를 선물하고 있다.

의자를 읽은 한 친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쓸쓸한 모습이 슬프다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를 기다려 봤기 때문에 의자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를 기다렸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공유하지 못했던 비밀을 시에서 발견하고 그 아이는 시가 신기하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인정받는 친구는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변하기 때문에 친구 마음도 변하니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주 오래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인은 마음은 알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고 잡고 싶어 눈을 보고 손을 잡는다고 했다. 시에서 마음을 알아야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손이라도 잡아 그 마음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진 나와는 사뭇 다른 시 읽기였다.

 

이정표

왜 이런 이정표는 없나?

네 마음이 쉴 곳

      앞으로 3Km

 

'이정표'는 그들 모두가 좋아한 시다. 시가 달다하단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고 위로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정표를 마구 만들어 댔다. 서로의 이정표를 읽으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나도 누군가 빈 이정표를 내밀기를 소원하지 않는가.

시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시는 더 이상 시인의 것이 아니다. 시를 건네받은 사람의 것이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시인이 청소년을 위해 묶었다고 했다시인의 시를 읽은 몇몇 청소년은 시인의 정서와 체험에 자신들의 정서와 체험을 투영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시인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들은 많은 시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공감했고 또 되새겼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을 위한 시가 되어 가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 친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져 학원에서 나오자마자 달을 찾는다고 했다. 날마다 달을 보면서 달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되었고, 밤하늘 색깔이 무척 다채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또 달이 뜨지 않은 날은 괜히 우울해진다고 했다.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진 연유로 지금까지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게 될 이 세상 청소년에게 별에서 별까지는 그들의 비밀 일기장을 열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그들이 담게 될 무수한 언어를 발현시키는 마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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