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실연 상담실 푸른도서관 77
이수종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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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들고 앉으면 작가가 주인공의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을 받아 들었을 때도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차례에 나타난 6개의 닉네임 -나무늘보, 피오나, 백색왜성, 헤라클레스, 아마존, 잃어버린 섬, 이 닉네임들이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의 정체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아 소설에 대한 흥미는 배가 되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그저 멋지면 그만이었다. 이름이 갖는 의미 같은 것은 생각조차 해 볼 수 없었다.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면서 이름에 대한 나의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물을 명명하는 인디언들을 보면서 이름을 쉽게 보아 넘기지 않았다. 이름에 담긴 정체성을 찾아보게 되었고 이름에 담긴 여러 의미들을 짐작하며 대상을 이해하고자 했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의 주인공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 스스로 자신의 딴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실연 상담실에 상담을 신청했다. 요즘 아이들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는 장치라고 여겨진다. 실연의 고통 속에 아파하고 허덕이는 우리 때의 신파를 넘어서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학작품이 시대를 반영하고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통해 요즘 아이들의 감수성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피오나 이야기에서 피오나 할머니와 스즈키 상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피오나의 실연을 치료하는 치유제이기도 했지만 아릿한 사랑에 대한 동경을 포기 못하는 기성세대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6개의 사랑과 실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책을 덮을 즈음, 요즘 청소년들의 사랑이 좀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치유과정이 요란하고 지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담백하고 짧았다. 그랬기에 기성세대인 난 우리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나와는 다르게 세상을 보고 느낀다는 것을 인정했다. 감수성도 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아이들이 겪고 있을 연애사를 담담하게 그렸다. 아이들의 연애를 못마땅해 하며 매도하는 성숙치 못한 이들이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겪었거나 겪고 있을 또 겪게 될 실연을 좀 더 성숙하게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 ‘우리들의 실연 상담실은 항상 열려 있고 곁에 있다는 비밀을 찾았으면 한다.


 

그냥 무너져 버리고 싶다는 감정과 어떻게든 버티자는 이성과의 싸움에서 마침표를 찍어야 할까. 카드는 내 손안에 있다. 내려놓고 쓰러뜨릴 것인지, 이대로 멈출 것인지. 내 의지만으로 도미노 카드는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삶은? 무너지는 나의 삶은 내 의지로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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