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 아버지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두현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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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재간이 없었던 아버지 이야기를 시인들이 하다


 

 

 

시인은 말을 모아 말을 엮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이 그냥 말이 아닌 까닭이다. 시인이 아닌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고 겪는 것들을 표현 할 길이 없다. 게다가 몇가지 낱말에 자신의 삶을 규정 짓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인의 말을 찾는다. 시인의 말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는다.

 

세상 살이를 하면서 표현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의 사랑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드물다는 것을 살면 살수록 사무치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 귀한 사랑이기에 자신의 언어로 그 사랑을 함부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니, 할 재간이 없다. 그런 사랑을 시인들이 이야기하고 모은 시집이 있다.

 

 

49명의 시인이 말을 모으고 엮은 아버지에 관한 시 49편을 실은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가 바로 그것이다. 시집 제목은 류근 시인의 세월 저편의 한 행을 옮긴 것이다. 작년(2015) 49명의 시인이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시집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는 시 못지 않게 편집과 구성이 아름다운 시집이다. 시인의 시를 담고 시작 메모를 첨부하고 있다. 시작 메모는 시를 이해하고 깊은 맛을 느끼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지어 시인 개인에게 친근감마저 느끼게 한다. 또 인상적인 구절을 그림과 함께 싣고 있어 시에서 얻은 감흥을 더하기도 하고, 잠시 쉬면서 놓친 구절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 시인들이 노래한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금 새기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시집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하고 있다. 1사라진 별똥별처럼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들을, 2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름은 아버지들의 살아온 삶을 아들의 눈으로 그리고 있다. 3아버지, 어디로 갈까요는 아직 살아계신 아버지의 삶을 통해 지혜를 구하고 삶의 방향을 묻는 시들로 묶었다.

 

49편의 시 모두 아름답고 귀한 시들이다. 그 시 모두 말이 되어 나오지 않던 아버지에 대한 편린들이 무엇이었는지 전해주고 있다. 그저 한숨과 가슴만 두드리던 아버지를 향한 말들을 시가 대신해 주고 있다.

 

두서 없이 몇편의 내용을 옮겨본다.

 

고진하 시인은 사라진 별똥별처럼에서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죽음을 그 어떤 매장 뒤에라는 심각한 제목으로 시를 썼지만, 인생의 열쇠가 되어준 아버지의 부재가 얼마나 큰 슬픔인줄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 또한 아버지의 죽음앞에서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눈물은 더 진해졌고 눈물을 흘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부모로 살면서 그때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분이 노고와 고통을 비슷하게나 느낄 수 있기 때문일게다. 시인이 한참 뒤에야 큰 슬픔인줄 알았다는 말을 그리고 내가 장례식장에서 울지 못했던 이유를 이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종해 시인의 따뜻한 봄날은 아내에게 진달래를 꽃을 꺽어다준 아버지, 그 진달래꽃을 간직하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남자였고 여자였다. 박후기 시인도 작약과 아버지를 통해 얼굴 붉어지는 남녀상열지사가 아버지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엄마가 수줍게 봉오리를 열면

아버지마저 붉게 달아올랐다

 

붉은 작약 타오르던 밤이면

엄마와 아버지도 홑이불 속에서

작약처럼 붉게 타올랐다

귀만 몰래 열어놓고

잠든 척하다 잠들어버리던

유년기의 오뉴월 아랫목은

언제나 붉은 작약 공장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들은 여자였고 남자였다. 그들의 성을 알았지만 자각하며 살지 못했다.

최정용 시인은 하차에서 아버지를 모시던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인, 할아비와 아비와 시인이 겹쳐지는 하늘 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또한 마음에 담기가 버겁게 우리 마음을 누른다.

 

 

고두현 시인의 배는 묵어 타고 집은 사서 들라에는 집에 대한 애착으로 집을 짓다 배는 묵어서 타고 집은 꼭 사서 들어라.’고 말하던 아버지의 정수리 경전을 인정하는 아들의 모습이 나온다. 자랄 때 나 잘났다고 아버지를 무시하고 고집을 피우고 시도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말을 맞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된다. 그때마다 머리를 숙인다. 나의 경험을 읽었다.

김정수 시인의 파묘

나 여태,

아버지의 살을 발라먹고 있었다.

가슴이 저며왔고 먹먹해졌다. 꺼이꺼이 목이 메였고 꾸역꾸역 눈물이 기어 나왔다.

이재훈 시인은 시는 국수. 당신의 꿈을 꼭꼭 숨겨둔 책상 밑 원고, 70이 넘어 집을 마련하고 이사하는 날, 아들은 아버지가 숨겨 놓았던 원고에서 시인을 닮은 청년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께 젊어 소설도 쓰셨나고 묻지만 아버지는 국수만 드신다. 시인은 지금껏 내가 아는 것은 아버지가 국수를 좋아한다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국수를 좋아하셨다

지금껏 내가 아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시인만 그렇까. 대부분은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꿈꿔왔는지 모를 것이다. 나 또한 모른다. 내 아버지가 무엇을 꿈꿨는지.... 자식이 잘되는 것만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자위하며 자식은 부모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굴고 있는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식은 부모의 자유와 꿈을 빼앗지는 않았는가. 시인처럼 나도 아버지의 꿈을 모른채 살아왔고 앞으로 또 그렇게 살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너무도 죄송하다. 당신의 꿈을 잡아 먹은 듯 죄스럽고 미안하다.

 

이진우 시인의 애비는 잡초다는 잡초처럼 포기를 모르고 자식을 길러낸 아버지, 자식들이 덜떨어졌다고 비웃어도 자식의 애비고 내일의 너희다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지금 나도 아이에게 그렇게 비칠지 모른다. 나도 시인의 아버지처럼 말한다. 그래도 난 네 엄마고 내일의 너라고.

 

 

이창수 시인의 효자폰는 재밌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식을 졸라 얻게 된 휴대폰은 요금이 안 나온다고 매일 자식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는 딸이 요금을 대신 내는 걸 모른다. 형제들은 누나가 부담될까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는 전화기가 잘 안된다며 새로 바꿔야 한다고 하신다. 급변하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세대 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귀엽게 그리고 있다.

 

 

49명의 시인들은 아버지 이야기를 가슴 깊게 읽어내어 썼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들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과 아버지를 바라보고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사랑도 함께 볼 수 있는 시들이다. 그렇기에 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본 아버지를 말할 수 있었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에 담긴 시들에서 내 아버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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