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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록 ㅣ 사계절 그림책
류주영 글.그림 / 사계절 / 2016년 9월
평점 :
어린이 변신이야기

‘변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변신을 모티브로 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앞에 몰려든다. 20년전 우리 아이들은 변신 만화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요술공주 밍키, 세일러문, 독수리 5형제 등에 열광했고, 요즘 아이들은 터닝메카드에 열광하고 있다. 성인이된 아이들도 여전히 변신에 열광한다. 변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과 가능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고 자신이 소망하고 열망하는 것을 변신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한다. 변신이 주는 달콤한 환상을 즐기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변신 이야기는 무한 재생산된다.
류주영 그림책 ‘나는 초록’을 변신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읽고 싶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스스로 초록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빨간 내복을 입은 ‘초록’이다. 그의 변신이야기다. 다른 변신이야기처럼 어마어마하고도 무시무시하지는 않지만 더없이 사랑스럽고 따뜻한 변신이야기로 주목할만 하다.
첫 페이지에서 작가는 여러 가지 사물을 배치하여 엄마가 뜨개질을 하는 방안 풍경을 따뜻하고 평화롭게 묘사하고 있다. 창문 난간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초록식물이 자라는 화분, 서랍장위에 놓인 스탠드와 커피잔, 그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초록색 털실로 옷을 짜는 엄마. 살구빛 양탄자 위에 놓인 털실 바구니, 그리고 엄마의 초록 털실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좋아하는 빨간 내복의 아기 초록. 이 모든 장치가 초록이는 더없이 행복하고 결핍이 없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자도 동의한다. 그리고 초록이의 무릎위에 있는 초록 털실뭉치와 초록을 주시하게 된다.
더없이 사랑스런 초록이는 초록 털실 뭉치를 풀었다 품었다 올렸다 굴렸다하며 촉감을 만끽하고 논다. 행동이 바뀔때마다 초록, 초록, 초록, 초록을 되뇌인다.
그러다가 외친다.
초록색 새 옷 입고
나는 초록이 될 거야!
초록 털실과 놀다 발견한 변신 놀이는 초록에게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와 같은 것처럼 대단한 일로 보인다. 독자도 어떻게 초록이 된다는 건지 궁금하다. 초록을 따라 다음 장을 넘긴다.
초록은 베란다에 놓인 화분들 속에서 선인장을 보고 귀여운 아기 선장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가시 때문에 엄마가 안아 줄 수 없을 것 같기 때무닝다. 초록은 얼른 다른 것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바로 도망 나온 완두콩이 되고자 한다.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도 문제다. 너무 작아 엄마가 자기를 못알아 볼까 걱정이다. 그러다 찾은 것이 사과 속에 사는 벌레지만 이또한 만만치가 않다. 초록은 매일 사과만 먹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다 커다란 공룡인형이 되어 깜깜한 밤에도 놀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다. 밤이 주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초록의 마음이 우회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거북이도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고양이가 겁을 줄까 이도 거둬들인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가 되어 엄마가 자신을 언제찾아 올까 기다린다고 한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되어 엄마가 자신을 찾아 오면 깜박일거라고 한다.

이처럼 초록은 변신을 시도하면서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엄마가 알아보지 못할까봐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점점 자신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변신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망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완전히 초록만의 세계에 몰입하는가 싶더니 다시 나무가 되고 신호등이 되어 초록을 찾아오는 엄마를 기다릴거라고 한다. 엄마를 향한 끊임없는 사랑과 엄마가 초록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무의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초록은 초록 풍선이 되어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한다. 변신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초록의 모습을 볼수 있다.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이상을 한껏 펼치고 싶은 초록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 독자도 초록을 응원하며 맘껏 이상을 펼치며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힘차게 응원하게 된다. 초록도 한껏 부풀어 하늘을 오르다가 문득 겁이 난다. 엄마가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찾았다, 우리 아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하늘 높이 날아간 초록의 발목에 걸린 털실을 더듬어 초록을 찾았다. 초록은 엄마품으로 달려든다.
엄마는 다정하게 초록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새 옷 입어 볼까?
“네!”
초록의 대답이 우렁차다.
초록은 변신 놀이를 통해 자신이 엄마로부터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 하지만 언제나 엄마는 내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초록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어딜가든 엄마는 초록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엄마의 존재를 확인한 초록은 이제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변신 시킬 것이다.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세상 그 어디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나는 초록’을 읽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에게 들려주길 바란다.
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엄마는 널 사랑해. 네가 어딜 가든 엄마는 널 찾을 수 있어. 너와 엄마 사이에는 초록 털실로 연결되어 있거든. 그러니 맘껏 네 삶을 살렴.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