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온 카네이션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5
이순원 글, 이연주 그림 / 북극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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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카네이션 - 한 그림책 두 엄마의 이야기

 

그래, 가슴에 꽃을 단 날조차도

부모에겐 어버이날이 아니라 아들의 날인 게지.

왜 그걸 어머니 살아계시는 동안엔 몰랐을까.“

 

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독백을 훔쳐 듣고 가슴이 먹먹해져 한참을 오도가도 못했습니다.

 

다음 장을 넘기지 못한채 내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엄마.....’

 

그리고 한참 후 다음 장을 넘겼습니다.

딱 한 문장이 박혀 있었습니다.

 

어머니, 보고싶어요.”

 

이 책을 읽은 아들 딸들이라면 어머니, 보고 싶어요.” 이구동성으로 읊조렸을 겁니다.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마지막 권인 늦게 온 카네이션을 읽고 가슴을 떠나지 않는 문장입니다. 어버이의 사랑이 가히 없어 그 끝을 측량할 수 없다는 것을 어찌 모를까요. 그러면서도 어버이날조차 어버이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부모의 내리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확인하는 문장이었습니다.

 

늦게 온 카네이션이란 제목은 많은 사연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 상상 중 저는 너무도 쉽게 자식 자랑에 안달이 난 주책스러운 엄마의 이야기를 택했습니다. 그림책 속 사람들도 저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모두들 어버어날이 이틀이 지난 510일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채소를 팔러 나온 토끼 아줌마를 비아냥 거립니다. 저처럼 나도 잘난 아들이 있다 자랑하려고 카네이션을 달고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말썽을 피웠지만 그래도 내 아들이 어미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하다고 아들을 자랑하고 싶어 나온 것이라 여기는 듯 합니다. 멈추지 않는 비웃음에 낯을 붉힐뻔도 한데 토끼 아줌마는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그런 토끼 아줌마에게 젊은 식당주인은 때 늦은 카네이션을 단 이유를 다정하게 묻습니다.

 

토끼 아줌마는 말썽만 부리던 아들이 군대에 가서 보낸 카네이션이라며, 애써 보낸 아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달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는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까지 생각하기에 기념일이 지났음에도 마을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을 것을 알면서도 카네이션을 달 수 있나 봅니다.

 

토끼 아줌마를 보면서 저도 식당 주인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부모의 자식 사랑을 너무도 잘 알지만 너무도 쉽게 자주 잊고 삽니다.

 

이순원님의 늦게 온 카네이션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으로 부모의 사랑을 담백하고도 깊이 있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마음에 자리하며 감사와 망각, 반성이라는 쳇바퀴를 멈출게 할 것 같습니다.

 

하나 더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이 그림책은 또 한 분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작가가 이연주님이 들려주는 젊고 톡톡 튀는 젊은 생쥐 엄마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자식을 다 키운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순원님에게서 들었다면 이연주님이 들려주는 생쥐 엄마는 좌충우돌하는 초보 엄마 이야기입니다.

 

그림을 잘 살피지 않으면 그리고 첫 장에서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연주님이 들려주는 생쥐 엄마의 사랑은 놓칠 수 있습니다.

 

물이 오르는 오월의 나뭇가지에 올라 장에 나가는 토끼 아줌마의 빨간 트럭을 주시하는 생쥐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쥐가 화자인줄 알았습니다.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어 이 생쥐의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작가는 생쥐의 눈을 통해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너무도 잘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시장 속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트럭뒤에 숨어 있는 생쥐의 눈으로 토끼 아줌마를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백밀러로, 트럭 커튼 사이로 클로즈업 시킵니다. 이것은 아줌마의 사연을 모르는 채 비아냥 거리는 마을 사람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젊은 생쥐 엄마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에 토끼 아줌마를 걱정하고 토끼 아줌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립니다. 그러다가 경찰관에게 잡혀 훔친 음식을 모두 빼앗깁니다. 빨간 카네이션을 단 이유를 듣게 된 생쥐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립니다. 빈 가방을 끌고 걸어가는 생쥐 엄마의 모습이 참 마음아프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쥐는 다시 음식을 가방 한 가득 채우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식당주인의 독백에 생쥐 엄마도 독백을 합니다.

‘                 ’

그리고 마지막 장이 펼쳐집니다.

 

 

글과 그림으로 두 엄마의 자식 사랑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토끼 아줌마처럼 다 큰 자식이 있지만 아직 전 생쥐 엄마처럼 초보 엄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좀 더 성숙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끼 아줌마와 생쥐 엄마의 이야기가 저를 한 뼘 더 성숙하게 한 것 같습니다.

 

 

 

 

 

그래, 가슴에 꽃을 단 날조차도

부모에겐 어버이날이 아니라 아들의 날인 게지.

왜 그걸 어머니 살아계시는 동안엔 몰랐을까.

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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