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외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0
데미 글.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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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수많은 책들과 옛 이야기들은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혜로운 삶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는 것을 삶속에서 깨달을 수 있었기에 지혜의 이야기는 샘처럼 끝이 없다. 오랜 세월 속에 여러 모양으로 그것을 녹여났기에 나 역시 지혜를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살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그 곳이 어디든 삶은 지혜를 잉태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터키의 옛이야기 배고픈 외투"가 내게 준 작은 충격은 무엇 때문일까? 익히 접하고 있던 지혜이야기가 대부분 서양의 것들이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기 때문이다.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아이도 나도 여러 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기쁜 것은 이 지혜의 이야기가 익히 접하기 힘들었던 터어키인들의 삶속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스레틴이 화려한 빨간색이 고급스럽기까지 한 자신의 외투에 온갖 맛난 음식을 먹이는 행동은 참으로 익살스럽고 재치있지만 그림을 읽고 있는 독자는 음식에 외투가 망가질까 조마조마하다. 그의 거침없는 행동에 이어지는 변은 참으로직설적이고 당당한데 이즈음에서 나스레틴은 그 와중에서도 외투를 걱정하는 나같은 독자들에게 정말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킨다. 이는 나스레틴이 잔치에 참가한 사람에게만 직접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직접 이야기 한 것이다. 작가 데미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면서도 이 그림책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사람의 깊은 곳까지 보고 싶거든 그 사람의 내면을 보라는 나스레틴의 지혜의 말은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지혜이다.

늘 다른 새들의 외모를 부러워했던 까마귀가 다른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로 자신의 몸을 치장한 이야기에서도 외모보다 내면을 중시여기는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우리의 속담에서도 그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꼭 "배고픈 외투"가 아니어도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배고픈 외투"에 열광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다른 이야기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나스레틴의 익살스럽고 재치있는 방법론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을 아프게 꼬지고 있는 나스레틴의 행동에 터키인들은 그를 미워하기보다는 그의 마로가 행동에서 진리를 깨닫고 환호하며 그의 지혜를 널리 알리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에서 터키인들의 널린 마음과 지혜를 덤으로 얻을 수 있기에 "배고픈 외투"가 내게 더 큰 책으로 다가온다.

"배고픈 외투"에서 나스레틴이 지혜를 읽는 데만 만족하지 말고 그를 "호카 나스레틴"이라고 칭하는 터키인들의 지혜와 마음도 함께 마음판에 새겼으면 한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지만 다양한 문화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 내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찍이 접할 수 없었던 터키 지혜의 책이기에 더욱 빛나는 "배고픈 외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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