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는 벤드릭스가 죽었다고 판단한 폭격의 시점에서 신과 협상을 시작한다.
신을 믿게 해달라는,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간청하는 세라의 모습에서
앞으로 그녀의 삶에 신이라는 거대한 거미줄을 스스로 엮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후 역설적이게도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스마이스를 통해 신을 증명하려 드는 세라.
대체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신앙이 깊지 않은 나로서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서양소설의 대부분이 그렇듯, 신과 인간에 대한 어떤 클리쉐인듯 하다.
마치 이브가 선악과를 입에 무는 순간, 그러니까 신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순간부터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처럼.
재밌는 것은 세라의 죽음 이후 크롬턴 신부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카톨릭 방식으로 장례를 치루고, 미사를 드림으로써 세라를 기억해주겠다는,
어떤 특권의식을 가진 양 말하는 신부.(재밌게도 외양은 못났기 그지 없다.)
죽은 자와 깊은 인연이 없는 신부의 말은 벤드릭스에겐 기가 찰 것이다.
신부는 마치 세라가 죽기 전 크롬턴 신부에게 신을 강구함으로써 구원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을 내비치지만
벤드릭스의 입장에선 그저 그 고해성사로 인해 세라라가 죽음과 가까워졌을 뿐이였다.
그리고 어쩌면 세라가 살았을 인생일 수도 있던 버트럼여사의 등장.
바깥으로 부터 시작된 세라의 신앙이라는 올가미는 그 때부터였다.
진정한 신에 대한 사랑이 아닌, 전 남편에 대한 복수라는 버트럼 개인의 욕심으로 시작된 세라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