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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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남성에게도 답습된 관례의 피해자임을 언급하는 제인 오스틴의 시선이 대단하다. 그녀는 얼마나 앞서있던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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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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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로지 이 한가지. 달려라! 메로스

63쪽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펴냄



어차피 탄로 날 일이건만 하루라도 잠깐이라도 오래 평화를 지속시키고 싶어서, 또한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게 아무래도 두려워서, 나는 열심히 그때뿐인 거짓말을 한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그러고는 궁지에 몰려, 죽음을 생각한다. 결국은 탄로 나서 사람들을 몇 배나 더 심하게 경악시키고 격노하게 할 뿐이건만, 도저히 그 흥을 깨뜨리는 현실을 입밖에 내지 못한 채 잠시만 더, 잠시만 더, 하며 스스로 허위의 지옥을 더해 간다.

도쿄팔경 中, 103쪽


다자이 오사무 삶의 조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인간실격>을 통해 그를 처음 접했다. 작품의 주인공 요조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하지만 허송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삶을 포기하고자 몇 번이고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비참한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다자이 오사무를 생각하면 고등유민(高等遊民 : 유복한 집안의 자제로 태어났지만 끊임없이 방황하며 연명하는 인물)의 무기력한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와 다르게 세계문학전집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달려라 메로스>외 <옛이야기>, <축견담> 등 다자이 오사무의 평화롭고 안정된 시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나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 수록되어 전국민적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니 죽지 못해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라도 이 때만큼은 살고 싶지 않았을까 한다.



<옛이야기>는 일본 전래동화에 다자이 오사무의 해학이 섞인 이야기로, 그의 철학과 유머러스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우라시마 씨(한글 제목 : 용궁에 간 어부 이야기) 작품을 단순히 괴롭힘 당하는 자라를 구해주고 용궁을 다녀오는 전개가 아닌, 다자이 오사무 본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우라시마를 통해 말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가난한 문인의 길을 택하며, 타고난 반골 기질을 발산하였던 그였기에 평생 따라다녔던 비평을 떨쳐내진 못했던 것 같다. 간혹 반성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어보였다. 인간과 본인에 대한 혐오, 증오로 차있었기 때문에 자살이라는 도피처를 끊임없이 방문했던 것 같다. 


반면 <황금풍경>,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염세적인 표현으로 점철된 작품이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을 때 찾고 싶은 작품들이다. 어쩌면 그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결국 타인을 통해 갈구할 수 밖에 없는 그 희망을 작품을 통해 승화시킨 것 일지도.



한 번쯤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겉멋 들었다는 말을 들어도, 무능력하다는 자기혐오에 빠져도 상념에 젖어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조금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기분 나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저변의 모습을 들춰낸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개는 싫다. 어쩐지 나를 닮은 구석마저 있는 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싫다. 참을 수가 없다. 그 개가 나를 유독 좋아하여 친근감을 표명하기에 이르고 보니, 당혹스럽달까 분하달까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축견담 中, 37쪽

인간은 기쁨 속에서조차 불안을 느끼는 걸까요? 인간의 말은 모두 꾸밈이에요. 잘난 척하는 거죠. 불안이 없는 곳엔 구태여 천박한 꾸밈 따윈 필요 없겠지요. 

우라시마 씨 中, 180쪽

세상 사람들이란, 서로 뻣뻣한 인사를 하고 조심하고 그러다 서로 피곤하게 평생을 보내는 걸까요? 나는 사람을 만나는게 싫습니다.

기다리다 中, 122쪽

그는 누구나 가질 법한 동족 기피를 무덤덤하면서 날카롭게 표현했다. 인간사에 죄가 깊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살아보았으니 그의 삶을 표방해보는 것은 접기로 한다.




삶의 본능은 죽음의 본능을 따르고 있다. 프로이트의 죽음 충동 개념에 의하면, 죽음에 관한 충동은 삶의 충동에 종속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즉,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는, 불가분한 양가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문학은 본디 그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집필되었다. 다자이 오사무 자신은 그의 작품이 죽지 못해 사는 젊은이들의 표상이 되었음을 알고 있을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독자라면 삶과 인간에 대한 마지막 애정이 담긴 <달려라 메로스>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책을 사랑하는 분께 받은 선물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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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 투자 시크릿 - 토지 투자 고수들이 반드시 지키는 부의 원칙
윤만.김성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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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직접 만난 땅부자들이 전해주는 은밀한 부의 원칙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

윤만, 김성완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신도시 개발 관련 기사를 볼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토지 매매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떤 선구안으로 가치를 판단했을까? 하락세를 보이는 아파트 가격 기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고, 청약이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주택, 건물 매매는 상대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반면에 토지 매매는 먼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래서 읽게 된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

저자는 부동산 유투브 <땅땅 무슨땅> 운영자와 부동산 자산 관리사로 활동중인 공인중개사로, 국내 내로라하는 땅부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토지 매매의 원칙과 비법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만날 수 없는 토지 투자 전문가들이 만난 "진짜" 땅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먼저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은 전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고수의 팁]을 제외하면 대부분 어떤 마인드로 임장을 해야하는지, 그들이 어떻게 부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토지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절차를 설명하기 보다는 정말 매도자, 매수자로써 지켜야할 원칙 즉 경험으로 만들어진 불문율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부동산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그렇지만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은 기본에 충실하다. 계약 중 서류발급에서 유의해야할 점, 첨가해야할 특약사항, 사전에 조회해야할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둔 부분(117쪽, 계약은 서류로 완성된다)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친절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유투브 운영자인지라, 직접 경험한 부자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242쪽의 [친구의 개념이 다르다]였다. 부자들은 친구가 적은 대신 조언을 구할 "주변인"과 가까이 지낸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비슷한 수준의 친구나 지인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한다. 이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제대로 된 의견이나 조언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따라서 조언은 조언을 받을만한 사람에게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함께 노는 친구들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게 되는 것이다.

243쪽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을 읽고 감명받은 한 가지가 있다면, 부자가 된 사람들은 귀가 얇지 않고 이상한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고집 부리지 않는다" 라는 어구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그들은 객관적인 지표와 전문가의 의견에 수긍한다. 사실 <1000억 땅부자들의 토지투자 시크릿>을 읽기 전에는 그들만의 토지투자 방법론과 무조건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저자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사례와 부의 분배를 찬찬히 살피면서 결국 열린 마음가짐과 단단한 자세, 관련 법규에 대한 기본 지식 탑재가 바탕이 된다면 누구나 땅부자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에 올라탈 수 있을까? 분명 도움이 될만한 책이지만 이행하는 데까지는 아직 용기가 필요할 듯 하다.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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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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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유사과학은 동반된다. 그 무지를 우리는 어떻게 타파해야할지 제시해줄 칼 세이건 박사님의 글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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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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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았던 감각 속에는 무한한 우주도 들어 있었다. 몸도 마음도 없이, 나는 태양계 너머, 심지어 은하보다 훨씬 너머에 있는 거대한 우주 공간 위에 둥둥 떠 있었고, 그 우주는 계속해서 쭉쭉 더 뻗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자신이 아주 하찮고 조그마한 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저 나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그들이 남긴 작은 흔적들조차 전혀 개의치 않는 광대한 우주의 작은 점에 불과했다.

- 58쪽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사랑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고, 희생을 한다. 인류가 문명을 꽃피우며 과학은 이러한 인류의 행동 양상을 분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규명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를 연구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자명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과관계가 우리 존재를 증명하는데 필수 요소가 아니라면 어떨까? 정말 우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이 세상에 등장해 언젠가는, 애초에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진다면 정말 우리 존재는 아무 것도 아닌 걸까?

카롤릭에서는 이 세계를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은 특정한 기원, 거대한 폭발로 인해 생겨난 지구가 아닌, 이 땅은 "그분이 바라보시기 좋았던" 곳이다. 과거 종교(창조론)와 과학(진화론)은 팽팽하게 대립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에서 신이 창조한 영역을 인간이 해석하는 것은 오만하다는 자들과 개연성 없는 창조 신화를 비과학적이라 비난하던 것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개연성 없음, 즉 무질서가 과학에 필수 불가결하다고 언급한다. 과학이라함은 관찰과 증명을 통해 보편적인 법칙과 원리를 발견하는 학문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질서와 체계, 분류가 따라오는 이 학문이 자연의 무질서와 예측 불가능한 존재들로 인해 발전하고 번성한다고 설명한다. 무질서와 질서는 불가분의 존재라는 것. 덕분에 이분법적으로 자리 잡았던 과학에 대한 개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인 과학 법칙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삶이 고되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 우울감에 깊숙히 빠져들기 보다 다른 생각을 하며 마음의 고됨을 옅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도 작은지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어린시절 무(無)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는 육체에서 벗어나 전 우주적인 경험, 희노애락을 뛰어넘은 미미한 존재로써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다. 과학자인 저자가 이런 영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과학을 사색으로써 집필할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언젠가 생명을 잃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현실의 슬픔보다는 기쁨과 충만함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언젠가 닥칠 고통도 조금은 경감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과학적 지식이 쏟아지듯 등장해, 조금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삶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역경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지 않고, 우주의 원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상관관계로 서술된 방식은 우리의 삶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그래서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삶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역경들을 우주적 법칙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한 자세를 선물해줄 것이다.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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