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연습 : 내 아이를 바라는 대로 키우는
신규진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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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아이를 바라는 대로 키우는 부모연습'은 부모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제목이다.

 게다가 실전도 아니고 연습이라니!

 부담없이 실천할 수 있는 비법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첫 장 부터 부모에게서 멀어진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나게 되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며 그러면서 정든다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 제 몸의 60퍼센트는 물입니다. 정이 아니라 멍이 듭니다."

 

 또 다른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집에서 엄마 아빠가 싸우기만 하면 집을 나오고 싶고, 내가 왜 이런 가정에서 살아야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D고등학교 1학년)

 

 '부부싸움은 아이들 정서에 나쁘니 아이들 앞에서는 싸우지 마세요.' 처럼 들어도 그냥 아무렇지 않은 조언이 아니라 가족안에서 아이들이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해 낸 글은 날카로운 칼 처럼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쑥 들어왔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얼마전까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였던 내 마음에서 부모님을 향해 던지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소용돌이 치던 말들이었다.

 

 <부모연습>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실망한 사건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잔소리'와 '신경질', 그리고 '권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정적인 의사소통이 부부를 싸우게 하고,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 그대로 따라주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될리가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그런 강요가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흔하게 벌어진다. 그렇지만 사람은 강요로 자라나고, 강요로 변화하는 존재가 아니다. 예쁜말로 부드럽게 잘 표현한다고 해서 강요가 강요가 아닌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는 아버지의 간섭을 이렇게 표현한다.

 

 "부모님의 상상 속에 있는 모범적인 딸. 아빠는 간섭이 많다. 걱정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난 구역질이 난다."(M외국어 고등학교 3학년)

 

 부모의 명령과 훈계, 비난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던 아이들은 청소년기가 되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신규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저항하는 아이의 태도에 대해서 '사춘기라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면 용납하는 일이 한결 쉽기는 하다."

 

 "오히려  '사춘기는 당황한 어른들이 지어낸 일종의 심리적 완충장치가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든다. 엄밀히 말해서 청소년기에 이르며 단지 부모에게 저항할 힘이 더 생긴 것 뿐이다."

 

 부모의 힘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었던 어린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모만큼 커졌는데도 부모는 기존의 방식을 쉽게 변화시키지 못한다. 겉보기만 달라졌지 속은 그대로 아기일거라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허울만으로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를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을 통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소통함으로써 효과적인 교육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부모의 뜻대로 통제하려고 하면 아이는 욕구불만이 생기게 된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부모의 통제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거짓말과 부모의 처벌,폭력을 불러오기 쉽상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들은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부모와의 관계 역시 불신으로 점철된다.

 

 아이에게 부드러운 말로 잘 타이르면 되지 않겠냐고 쉽게 생각하지만, 부드러운 말로 회유하든 호통으로 명령하든 결국 부모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지시와 훈계에 불과하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의 생각을 듣고 말하고, 공감해서 변화함으로써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 과정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편애하는 부모'에 대한 것이었다.

나 자신도 늘 커오며 부모님의 편애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터라 내 아이들 만큼은 편애하지 않고 공평하게 키워보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부모가 되고 보니 여러가지 오해할 상황들이 쉽게 벌어지곤 했다.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며 주변을 서성대는 첫째와 어려서부터 혼자 노는게 익숙하고 즐겁다는 둘째, 그리고 아직 어려서 내 손이 많이 필요한 막내를 똑같이 돌봐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가능한 한 더 많이 이야기하고 관심을 보여주려고 하는데도 첫째는 동생들보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곤 했다. 실제론 둘째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그러는 첫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신규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설문 조사 결과, 동생보다는 형의 위치에 있는 아이가 부모의 편애에 대하여 더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생각에는 공평한 것도 아이의 눈에는 불공평하게 보일 수 있다. 아이들은 내심 자기만 고상하게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고 있다면 그것을 풀어주는 일 또한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고 보면 부모 노릇은 참 어렵다."

 

 그렇다. 부모 노릇은 참 어렵다.

 그래서 더 의미있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

 그 짧은 동안 어렵지만 즐거운 부모 노릇을 열심히 해 봐야 겠다.

 

 내가 바라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내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고,

아이들과 서로가 바라는 것을 어떻게 맞추어 나갈것인지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신규진 선생님같은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계신다는 것이 무척이나 든든했다. 공교육의 위기라고 쉽게 말 하지만, 여전히 공교육 안에는 학생들을 생각해 주시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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