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림책은 내 친구 3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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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든지 할 수 있어>의 주인공인 다섯 살 로타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아이이다.

그 나이의 어린이들이 흔히 보여주는 과장이 섞여있긴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실제로도 로타는 참 많은 일을 스스로 해 낸다.

 

휘파람을 불 수 있는가 하면 (난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처음 휘파람 소리가 났었다)

스키도 탈 줄 알고(방향 바꾸기는 아직 못하지만)

쓰레기도 버릴 줄 알 뿐만 아니라

아픈 베리 아주머니를 돌보며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빵을 잘라 버터와 함께 아주머니에게 드리기도 하고, 설거지와 바닥 쓸기도 한다.

 

로타보다 네 살 많은 딸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 딸도 아직은 다 못 할 것 같은 일들을 로타는 아무렇지 않게 해 보고 해 낸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 딸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로타가 신기하기만 하다고 했다. (물론 딸이 가장 신기해 한 것은 로타가 간절히 원하던 전나무를 로타가 가지게 된 것이라 나와는 신기함을 느끼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긴 하다.)

 

로타와 우리딸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책을 읽다 보면 로타의 재능도 반짝반짝 빛이 나지만 그 빛을 가리지 않고 믿고 도와주는 어른들이 항상 주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쓰레기와 빵 봉투를 바꿔 버리고 흥분해서 펄펄 날뛰는 로타를 아무렇지 않게 도와주는 청소부 칼레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갑자기 생긴 전나무를 로타의 행운으로 여겨주고 도와주는 블롬그렌 아줌마와 아저씨도 있다. 게다가 로타는 일방적으로 돌봄만을 받는 아이가 아니라 아픈 베리 아주머니를 도와주는 든든한 심부름꾼이기도 하다. 로타는 어른들의 돌봄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어른들을 돌보는 기회를 가지며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길지 않은 로타의 이야기 안에는 많은 어른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런 로타에 비해 우리딸은 어떠한가?

우리딸이 만나는 어른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고작이다. 일방적으로 배움이나 돌봄을 받기만 하는 관계 말고 다른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딸에게 로타만큼의 자유와 책임을 스스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의 가능성과 능력을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도록 한 적이 있었는지 물어본다면 답은 역시 없다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로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신기해. 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

스스로의 입으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쳤지만,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자기확신이 생길 수가 없다. 로타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 보고 성공함으로써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경탄만큼 강한 밑거름이 어디에 있을까?

올 해는 어리다고 서툴다고 미뤄두었던 작은 일들을 아이가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이야기도 그림도 재미있었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의 능력을 믿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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