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희곡 전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김규종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루하고도 보잘 것 없는 우리네 인생에 한 줄기 빛

이제 난 알아요, 코스챠. 우리가 하는일에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무대에서 연기를 하든, 글을 쓰든 간에 중요한 것은 영광이나 광채가 아니에요. 내가 열망했던것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능력이에요. 자신의 운명을 지고 나가거라. 그리고 믿어라. 난 믿어요. 그래서 난 그렇게 아프지 않아요. 나의 사명을 생각할 때면, 난 삶이 두렵지 않아요. - P468

바냐 외삼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긴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이 우릴 가엾게 여기실 테고, 저와 외삼촌, 사랑하는외삼촌은 밝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삶을 보고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지금 우리의 불행을 감동과 미소로 뒤돌아보면서 우린 쉬게 될 거예요. 전 믿어요. 외삼촌. 뜨겁고 열렬하게 믿어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놓는다. 지친 목소리로) 우린 쉬게 될 거예요! - P5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
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김명남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내 몸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어떤 전환점, 어떤 뚜렷한 순간은 없었다. 다만 나는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사람과이트하면서부터 퀴어의 몸들을 즐기게 되었고, 우리가 이처럼무한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빚어낸다는 사실을 즐기게되었다. 그런 몸들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을 욕망하면서부터내 몸도 그렇게 욕망될 수 있다는 것, 남들로부터만이 아니라나 자신으로부터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부터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퀴어성의 뒤틀린 반전을 겪는데,
내 가슴과 엉덩이가 작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시작하자 오래된 혐오가 다시 예전과는 다른 각도로 보글보글 솟아오르는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이 희망이 내게도 볼썽사납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는 중성적인 몸이 다양한 사이즈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좁은 엉덩이가 보편적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치한 부러움이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언제나 내 몸과, 내 몸이 바라는 바와, 내가 내몸에게 바라는 바와 타협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 P52

독립된 도덕적 중추를 갖추고 스스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복잡한 뇌를 가진 생물로서 물려받은 숙제다. 복잡한 뇌에는 사랑이나 섹스나 차에서 더듬는 것같은 불가해한 즐거움이 따르지만 또한 감정이입의 의무, 누가비틀거리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의무도 따른다.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 이언 해킹은 이특성을 철학적 인간학의 기초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표상하는 자이다. 즉 호모 파베르homo faber(공인Iㅅ)가 아니라 호모 데픽토르homo depictor (표상가)다. 사람들은 표상을 만든다."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격정에 대한모든 열의와 편집증은 의심하는 자와 믿는 자의 자아 분열이 잠시 하나의 의식 속에 공존하면서 보존된다. 그것은 아무리 순식간이라도,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격정을경험적 지식에 입각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중 상태다. 의심은 그것이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질서가 매우 강하기때문에 강하다. 불신은 무질서에 대한 뒤틀린 보상이다. - P54

부자연스러움에 대한 특징적인 격정을 탐구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의 특수성과 강렬함은 이 질서들이 산 사람의 경험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너무나도 중요해서 우리는 인지된 무질서에 대한감정적인 반응을 파악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격정이 감지하는 다른 종류의 자연적 질서의 경계선을 더뚜렷하게 한다.

두번째, 일부 근원적인 도덕적 직관의 원천에 관한 통찰 제공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다른 가능성에서 주고받기 give and take의 기회를 발견해내는 각자의 ‘지혜‘에서 비롯한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카라마의 휴대폰에는 정부 고관이나 대기업 사장, 사기꾼,
도둑, 전과자까지 온갖 사람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과의네트워크는 ‘겸사겸사‘에 의해 구축되어왔다. 상대를 불문하고 돕는 까닭은 자신이 어려운 지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카라마가 내게 물었다. "사야카, 사기를 당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누구인지 알아?" 내가 "음... 경찰이나 변호사?" 하고 대답하자 "아니지. 그야 사기꾼의 친구인 게 당연하잖아. 누가 나중에 도움이 될지 모르는 거야. 왜냐하면 미래는 아무도 모르거든. 성공한다면 대기업 경영자인 동료가 중요해질 수 있어. 하지만 체포당하면 수감자인 동료가 중요해지는 법이야. 일본에 가는 날이 온다면 일본인인 사야카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겠지만, 어쩌면 태국에 가게 될지도 모르지. 중요한 것은 동료의 숫자가 아냐. [유형이다른] 이런저런 동료가 있는지야"라고 말한다.
이처럼 타자의 ‘사정‘에 개입하지 않고, 구성원 사이의 엄밀한 호수성이나 의무와 책임도 불문한 채, 무수히확대 증식하는 네트워크 내 사람들이 각자 ‘겸사겸사‘ 할수 있는 일을 하는 ‘열린 호수성‘을 기반으로 삼음으로써이들은 부담 없는 ‘서로 돕기‘를 촉진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거대한 안전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