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몸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어떤 전환점, 어떤 뚜렷한 순간은 없었다. 다만 나는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사람과이트하면서부터 퀴어의 몸들을 즐기게 되었고, 우리가 이처럼무한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빚어낸다는 사실을 즐기게되었다. 그런 몸들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을 욕망하면서부터내 몸도 그렇게 욕망될 수 있다는 것, 남들로부터만이 아니라나 자신으로부터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부터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퀴어성의 뒤틀린 반전을 겪는데,
내 가슴과 엉덩이가 작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기 시작하자 오래된 혐오가 다시 예전과는 다른 각도로 보글보글 솟아오르는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이 희망이 내게도 볼썽사납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는 중성적인 몸이 다양한 사이즈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좁은 엉덩이가 보편적 목표는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치한 부러움이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언제나 내 몸과, 내 몸이 바라는 바와, 내가 내몸에게 바라는 바와 타협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 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