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10대 학생 상당수는 내가 우울증적 쾌락depres-sive hedonia이라 부르는 상태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특징짓는 것은 무쾌락 상태다. 그러나 내가말하는 상태는 쾌락을 얻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쾌락을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들은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직쾌락원칙 너머에서만 이 누락된 불가사의한 향락에 접근할수 있음을 감지하지는 못한다. 대개의 경우에 이는 학생들이 처한 모호한 구조적 위치의 결과로, 이들은 훈육 제도의주체라는 옛 역할과 서비스 소비자라는 새로운 지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P45

학생들에게 두 문장 이상을 읽도록 해 보면 대부분-A레벨 과정 [대학 진학 직전의 2년 과정의 학생조차도 이못하겠다고 항의할 것이다. 교사들이 가장 빈번하게 듣는불평은 따분하다는 것이다. 쟁점은 글의 내용이 아니다. 읽는 행위 자체가 ‘따분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저 유서 깊은 10대의 귀차니즘torpor이 아니라 ‘너무 자극받아 집중할 수 없는’ 문자 문화이후의 ‘새로운 육체’New Flesh‘와 퇴조하고 있는 훈육 체계의 제한과 집중 논리가 이루는 부조화다. 따분하다는 것은문자메시지, 유튜브, 패스트푸드 등으로 구성된 소통의 감각-자극 매트릭스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것, 언제든 달콤한 만족감을 주는 부단한 흐름에서 차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8

한 선택지처럼 보이게 만든다. 들뢰즈는 통제 사회가 감금이 아니라 부채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현재의 교육 체계는 학생들이 부채에 시달리도록 만드는 동시에 그들을 감금하기도 한다. 이 논리는 다음과 같다. 당신의 착취에 돈을 지불하라, 즉 빚을 내 대학에 가라,
그러면 열여섯에 학교를 떠났더라도 쉽게 얻었을 그 맥잡McJob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P53

수많은 안정 지향자 immobilizer의 실천이 스스로를 68의계승자로 여기는 또 다른 집단―즉 탐욕스런 이윤 추구를 생태학적 관심이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수사학과 결합하는 조지 소로스나 빌 게이츠 등의 이른바 ‘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들‘liberal communists- -의 실천과 일종의 거울상을이루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자유주의적 공산주의자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노동 관행이 ‘스마트해지기’being smart라는 개념에 발맞추어 (포스트)모던화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슬라보예 지젝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스마트해진다는 것은 역동적이고 유목적인 태도로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 중심적 권위에 저항하는 대화와 협력, 판에 박힌 일상을 거부하는 유연성, 공업 생산을 대신하는 문화와 지식, 고정된 위계에 저항하는 자율적인 상호작용 및 자가 생산 등을 신뢰하는것을 의미한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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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고갈시키게 되면 우리에게는
과거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 P13

우리는 모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야만적이고 극도로 불평등한 상황, 모든 존재가 오직 돈으로 평가되는 이 상황이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으로 제시됩니다. 이미 확립된 질서를 옹호하는 자들이 아무리 자신의 보수주의를 정당화하려고 해도진정으로 이 질서가 이상적이라거나 멋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이들은 나머지 모든 것이 끔찍하다고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가령 우리가 완벽히 좋은 상황에서 살고있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운 좋게도 완전히 나쁜 상황에서살고 있지도 않다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피로 얼룩진 독재보다는 낫다고, 자본주의는 부당하지만 스탈린주의 같은 범죄는 아니라고, 우리는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에이즈로 죽도록 방치하지만 밀로셰비치처럼 인종주의적인 민족주의를 선포하지는 않는다고, 우리는 비행기로 이라크인을 살해하지만 그들이 르완다에서 하듯 마체테로 사람 목을 베지는 않는다고 말이죠.
—알랜 바디우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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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동생, 선과 악 사이에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큰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네." (이런 식의 서두는물론 삼촌의 의심을 풀어 줄 리가 없었다.)
"노동과 슬픔, 비애, 질병, 결핍, 고뇌 같은 것이 오히려 인생의 양념처럼 도움이될 수 있단 말일세." - 제발 큰 도움이 되게 하소서 - 라고 삼촌이 혼잣말을 했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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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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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한국어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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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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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그 긴긴밤을 잊을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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