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들 1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14
구젤 야히나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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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에 둘러싸인 여자, 세상 밖으로 여자를 나오게 만든 남자 그리고 이들에게 남겨진 아이들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동화이다.고귀하고 아름다운 공주와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남자가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냈던 천일야화 모두 너무나도 익숙하다.
소설은 아주 오래된 옛 동화들을 차용하고, 변주하면서 20세기 고단했던 독일계 러시아인들의 삶을 신비롭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난폭한 역사 앞에서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의 삶은, 어쩌면 구질구질한 이야기들로 가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이상 새로울 게 하나 없는 이들의 부박한 삶은 소박한 삶을 바라는 믿음의 결정체로 보인다. 어쩌면 이들에게 동화는 현실의 잊게 만드는 환각제가 아니라 소박한 진실을 바라는 굳은 믿음 같은 것이 아닐런지..
그렇기에 동화는 철지난, 퇴색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그 소박하고 간절함 염원으로 이루어진 여전히 새로운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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