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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1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삶은 뚜쟁이라고 했어. 그 여자가 그랬거든. ㅌ발음을 못해서 말이야.’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 범상치 않았다. 일단 1권이라는 것치고는 굉장한 두께,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 자전적 소설이었다. 그것도 굉장한 분량의. 아 두껍다고 걱정할 것 없이 재미도 있고 휘리릭 읽혔다. 번역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한 것 같고.
나의 투쟁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가장 크게 먼저 떠오른 생각은 두 개였다. 하나는 ‘삶은 투쟁의 연속이다’라는 어디서 들은 지 기억도 안 나는 격언과 히틀러의 책인 [나의 투쟁], 후자는 이 책과 제목만 같을 뿐 크게 상관은 없었다. 다만 전자, 투쟁의 연속이라는 것이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적 소설인만큼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혹은 허구겠지만) 일들을 재창조해서 써낸다. 그런데 이 부분들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섬세하단 생각이 들었다. 겪었던 일들을 이만큼 기억하는 것도 신기했고, 감정을 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보였다. 경험에 대한 세세한 감정이 이렇게 뛰어나서 그런지 작가의 별칭 중 하나가 ‘북유럽의 프로스트’라고 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1부는 작가의 유년기 2부는 아버지의 죽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음에 대한 고찰로 시작하는 유년기 이야기 강렬했다. 그렇지만 더 와 닿았던 것은 이 작가가 청소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몇 년 전과 지금의 내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는 것이다.어린 나이에 뽐내고 싶은 마음, 치기어린 마음, 설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등 감정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내 경험과 겹쳐 동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1부에서 너무 공감되어 읽다보니 2부에서는 무언가. 두려웠다. 아버지의 죽음, 어찌 보면 곧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이 미리 준비한다는 느낌으로 읽게 되었다. 담담하지만, 그럼에도 가슴 아파하는 ‘칼 오베’의 모습에 나까지 가슴이 저려왔다.
유독 이런 작가의 투쟁에 대해서 읽다보니,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마치 꿈같았어요.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어요.
정작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정반대다. 너무나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지 않다. 가끔 우리에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정반대로 다가오기도 하니까.‘-345p
저 문맥을 보고 이분법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1부가 나에게 현실이었다면 2부는 아직 나에겐 꿈(비현실)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바뀌어서 1부가 추억이자 꿈으로 다가오고 2부가 현실로 다가올 것을 생각하니 작가의 통찰, 생각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소설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고 좋은 작가를 알려준 책이다. 빨리 뒷 이야기을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