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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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워하지 않는 것)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93p.

 

<나의 가해자들에게>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어째서인지 이 시국에?’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했다아무래도 요즘 너무 자주 듣고 쓰는 단어라서 그런 것 같다하지만 가해자라는 단어는내가 생각한 농담과는 거리가 멀었고무거웠다학교 폭력을 지나온 피해자들의 이야기왕따였던 어른들.


 

학교폭력왕따학창 시절을 거친 사람이라면 이 단어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나만 해도 당장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의 기억이 별로 없다오래되었단 핑계 이전에 나 또한 왕따에 가까웠고 그 당시의 기억들을 돌아볼 마음도생각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일까이 책을 읽는 내내 별 것 없던 그 기억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긴 걸로 왕따를 당하고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고 맞고만만하다고 피해를 보고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책 속의 이야기처럼 그 당시엔 학교가 세상의 전부니까’ 어쩔 수 없이 견디기도 했다내 친구가 본다면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지금 보면 별 문제는 아닐 수 있으니까누군가에게 내가 당한 폭력을 이야기해도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나에겐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음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은 왕따나 아싸라고 하면 헛소리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아직도 당시에 애매한 관계였던 사람들을 만나면 꽤나 꺼림칙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방관자였던 이들과는 농담이라도 하겠지만가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나 만나게 될 때는 몸이 살짝 굳게 된다긴장을 하게 된다는 것생각보다 벗어나기가 어려운 행동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 학창시절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물들어 있던 것은 아니다나도 어찌 보면 가해자 같은 행동을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고방관한 순간도 많을 테니까.

 

책 속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 아니고실제 인물들이다그래서 더 가슴 아팠다모두가 서로에게 괜찮아.’, ‘고마워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서로에게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왜 이 따뜻한 위로에서도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까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이 아마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라서 더욱 이 대화가 더욱 가슴 아팠다고통을 나누는 실제적인 모습이었으니까.

 

성별로 반을 나눴지만 이들이 겪은 폭력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어찌 되었든 어른이 된 그들은 과거를 되짚는 모습은 원망한탄이 담겼다기보다는 태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이미 어른이 되었고그 상처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폭력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고학교 폭력에서 거리가 멀어진 지금은 예방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허나그에 대한 이야기는 원인만을 없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단순히 예방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이 학교폭력이라는 어둠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행복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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