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여정 - 사실주의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미술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만나는가
김현화 지음 / 한길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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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받았을 때 느낀 감정은 솔직히 말하면, ‘큰 일 났네.’였다. 교양학술서를 본격적으로 읽어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문학 관련 비평서 몇 권 정도겠지 하면서 보는데, 심지어 문학도 아니고 미술이렷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난해한 주제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안개바다를 바라보는 방랑자''

 종강 이전부터 꽤 들고 다니며 읽기 시작했는데 만만치 않은 건 사실이었다. 친구들은 책을 보며 미술사학과냐고 농을 던졌지만 글쎄, 단언 이게 미술사학과일까? 시대마다 달라진 미술, 여기엔 사회상, 철학, 의식 등 여러 가지가 섞여있었으니까. 물론 그걸 연구하는 게 미술사학의 영역일 순 있지만, 내 입장에선 미술작품 그 자체보다, 그 사회에 먼저 눈이 갔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인 여정,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현대까지의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정독했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태인 것 같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던 계기 중 하나가 내 관심도 있지만, 학교수업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미술사학과는 아니다.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다만 문예창작학과의 한 수업에서 –리즘, -주의와 같이 당시 예술의 의식에 대해서 가르쳐주는 수업이 몇몇 있었는데, 거기서 나온 개념들이 유사하게 나왔다는 것이 컸다. 리얼리즘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눠본다던가, 살롱의 역사(아 이건 학교 세미나), 포스트모더니즘 자체의 특징. 아방가르드 정신.

 단어만 본다면 굉장히 무거울 수 있지만, 어렵지 않다. 내가 인문학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책 자체가 정말 쉽게 설명을 해주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알던 개념을 정리할 수도 있었고 배울 수 있었다. 교양학술서에 대한 이미지 타파를 정말 좋게 한 예시로 나중에 이야기 할 것 같다. 내가 취급을 애초에 어렵게 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근래 비문학 도서를 읽고 이렇게 행복했던 게, 재밌던 게 없어서 그 점이 더욱 부각된다. 내가 좋아하는 지식을 쌓을 수 있으니까.

 새로 알게 된 것들, 혹은 모호했던 걸 제대로 알게 된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종교화와 풍경화의 당시 서열, 큐비즘, 다리파, 다다이즘의 발달, 낙서화. 한 번 읽을 때도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이 쯤 되니 따로 정리를 하지 않고 읽는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예전에는 독서노트를 가지고 다녔는데, 조금 반성이 되었다. 방학도 되었겠다. 다시 제대로 읽기 위해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지인들이 이 책을 보며, 미술사학과냐는 농과 다르게 하나 더 했던 말이 있다. 읽기 힘들다고 하니 한 번 가져가보더니, ‘그림책이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맞다. 미술책이니까 당연한 소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림이 장난 아니게 많다. 오죽했으면 참고문헌보다 도판목록에 관한 페이지가 더 많을까. 이 책 전자책으로 만드는 사람 꽤나 고생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사담이 길었다. 현대미술의. 아니 현대미술까지의 계보를 다 훑어볼 수 있는 책이고 그 이상을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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