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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행성
김소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최근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를 떠올렸어요.
이 드라마는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히기 전 200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떠나는 마지막 '비행기'를 놓고 대립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거든요.
결국 사회지도층과 돈 많은 부자들만 타게 되는데,
아이들을 살려달라, 태워달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죠.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주인공들 각자가 나름의 선택들을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선택의 이야기가 나와요.
태양계 행성들의 쓰레기 행성인 '먼지 행성'에서
버려진 사람들인 나오, 츄리, 리나, 로봇 고양이 깜이가 살아가고 있는데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이 행성 마저도 버림을 받게 되죠.
"퇴직과 이주 과정을 진행하지 않고 이렇게 버리다니, 너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라고 소리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나오와 츄리는 하나 뿐인 1인용 우주선을 수리해서 리나를 떠나보내죠.
그 사실을 떠나고나서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을 깨달은 리나의 절규... ㅠㅠ
가족이라는, 삶이라는,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리나가 쓰레기 종량 캡슐에 산 채로 넣어져 이 행성으로 온 장면이었는데...
사람이 사람을 버리는, 그것도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이런 일들이 정말 벌어질 수 있는 건지... 가슴이 답답하더라구요.
물건 조차도 너무 쉽게 버려지고, 동물을 유기하는 일들은 너무 많이 봤구요...
얼마 전엔 입양한 아이가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자 파양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글까지 봤어요.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고통을 알 수 없으니 비난하는 것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생명을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아프게 다가오더라구요.
이 책이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가슴 먹먹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저는 표지를 보면서 작가가 리나를 통해 기대와 희망을 남기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배터리를 나눠주는 로봇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살리려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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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쇄 들어갔다는 내용을 오늘 작가님 인스타를 통해 봤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행성 시리즈를 내고 싶다고도 하셨고요 ^^
(이미 준비 중인 행성 이야기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 노블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처음엔 좀 낯설기도 했지만
만화로 쉽게 읽히면서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 제이그림책포럼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