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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우아함의 역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마쓰이에 마사시 저
저자의 전작을 읽고 호평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저자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솜씨와, 매력적인 배경 묘사는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엔 조금 독특한 주인공을 설정해 놓은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바로 ‘이혼한 40대 남성’이다. 이혼 경력이 있는 싱글 남자가 이사간 ‘집’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고 나아간다.
주인공인 오카다 씨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다. 그는 다소 냉소적이라 할 수 있는 금융업계 종사자인 첫 아내와 결혼생활을 하지만, 바람을 폈다가 이혼을 한 후 혼자 살고 있다. 혼자가 된 그는 오래된 한 단독주택으로 세를 내고 이사를 가게 되는데, 원주인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인해 1년 남직 거주하게 되는 이 단독주택에서의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이 집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기적이었다. 가나가 근처에 살았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173p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끌린 ‘가나’씨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를 만나게 됨으로써 조금씩 변화하는 그의 일상은 독자의 눈을 집중시킨다. 이와 함께 그가 다시 보수하고 변화시키는 새로운 집 역시 전작의 건축사무소와 자연묘사와 같이 저자의 내공과 섬세함을 여전히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불의 형태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벽난로 앞에서라면 침묵도 숨막히게 느껴지지 않는다” 187p
계절이 흐르면서 계절마다 변화하는 집의 모습과 그의 일상 역시 눈길이 간다. 특히 겨울이 되어 가나 씨와 벽난로를 보수한 후 그녀와 함께하는 그의 모습은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순수한 젊은이의 모습이 투영된달까.
단지 가나 씨가 종종 말해주는 그의 ‘우아한’ 집에서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만든다는 점과, 새로 이사를 간 곳에서는 가나 씨와 소통하기 위해 우아함을 포기하는 그의 모습은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느낌을 주는 우아함을 포기하게 만들어버린 그의 모습이 조금 독특하면서도, 가나 씨를 향한 연정이 남아있는 그로서는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 집에서 보내는 일상의 리듬에 천천히 브레이크를 걸면서 정리하는 쪽으로 기어를 넣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정도다” 175p
형만 한 아우없다고 하듯이. 호평받은 전작이후 신작에서 혹평을 받는 작품이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작의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또 다른 볼거리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마치 자기가 잘하는 것을 잘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이제는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