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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룸 - 초파리, 사회 그리고 두 생물학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평점 :
‘초파리와 사회를 연결하다’ ‘플라이룸’ 김우재 저
초등학생 때, 곤충에 관심이 많아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여럿 키웠던 기억이 있다. 키우던 딱정벌레들의 먹이인 젤리를 사육케이스에 넣어놓고 시간이 흐르면, 수많은 초파리 떼들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초파리가 성가시고, 쫓아내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인식은 ‘초파리유전학’ 연구의 시작을 알린 토마스 헌트 모건을 통해 초파리의 위대함(?)을 조금씩 알게 되며 조금씩 변화했고, ‘플라이룸’이라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김우재 박사는 초파리를 연구에 사용하는 연구자다. 책 속에서도 초파리 연구와 관련된 역사와 연구자로서 바라보는 초파리유전학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 초파리에 대한 그의 애정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생쥐로 시작했던 여러 실험실의 실험물이, 시간이 흘러 초파리가 주류를 이루기까지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초파리는 인간을 닮았고, 인간과 함께 살아온 종이다” 9p
책을 읽다가, 현재 생물학을 이끌고 있는 여러 저명한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연구를 시작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떠올랐다. 이 궁금증은 뒷 부분에서 풀렸는데, 바로 ‘호기심’ 때문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초파리 수컷은 연구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존재라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초파리 수컷이 연구자들이 이제껏 발견하지 못한 유전적 신비를 가지고 있어서? 물론 연구를 하다보며 초파리 수컷이 가치를 지녔기에 꾸준히 매력을 가졌다고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초파리 수컷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바로 ‘구애활동’이다. 복잡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닌 수컷이 암컷을 향해 구애활동을 하는 것에 의해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앞서 말한 예시도 그렇지만, 우리 곁의 일반적인 현상이 학문적 심화를 이루어내는 시작이 된다는 점은 항상 놀랍게 다가온다.
“바로 이 구애행동 때문에 초파리 수컷의 행동연구가 연구자들의 관심거리가 됐다” 89p
저자가 책을 통해 가장 말하고자 싶은 바는, 물론 초파리유전학의 중요성과 역사 또한 마찬가지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의 생물학 연구의 저변 확대에 대한 노력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유행을 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항상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연구 유행을 따라가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선진국의 유행을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저자는 우리나라만의 과학기술시스템이나 과학사조가 부재하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은 제도적으로 관료주의의 타성에 젖어있고…” 184p
저자는 자신의 책이 어렵다면 그것은 자신이 독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나를 굉장히 존중하고 있다고 보인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책이다보니 어렵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존재했다.
누구에게나 이 책이 맞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진심 어린 생각과 의견이 담긴 이 책을 과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은 읽어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