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전자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냥 마구잡이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선호하고, 책의 질감을 좋아하다보니 전자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컴퓨터에서 보는 전자책 서비스를 북스토리에서도 하고 있지만 꾸준히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9월 1일 나온 아이리버 전자책 보도자료를 보면 아마존의 킨들DX 버전과 유사한 모양을 띄고 있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아마존의 킨들을 구매할까도 생각했는데 원화로 환산을 하니 70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단말기를 사기에는 저의 월급으로는 역부족이더군요. 그냥 인터넷을 이곳 저곳 뒤지며 흥미만 느낄 뿐이었습니다.
아이리버 전자책 "스토리"
그런데 국내에서도 언뜻 보기에는 아마존의 킨들과 유사한 전자책 아이리버 '스토리'(북자만 붙이면 저희 사이트명과 똑같다는... ^^)라는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번달 16일부터 예약판매가 시작된다고 하던데, 아직은 얼리어뎁터나 예약하고 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ink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여 어느 각도에서나 글자를 볼 수도 있고 수천페이지를 재충전 없이 휴대해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업체와도 제휴를 진행하여 전자책 수급을 서두르는 듯 합니다.
아마존 킨들DX 전자책
한달전 삼성의 전자책이 나온것을 보고 약간 실망했습니다만, 이번 아이리버는 가격대도 30만원대로 책정되어 가격대비 성능이 덜 부담스러운 제품으로 보입니다. 삼성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저장 용량과 기능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ePub이라는 콘텐츠 에디터로 생산한 전자책과 PDF를 기본적으로 지원하고, 기타 MS-Word파일 , TXT, 엑셀파일, 파워포인트파일을 모두 지원한다고 합니다. 외장메모리도 32GB를 지원한다고 하니 삼성의 512MB의 50배 가까운 용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성 전자책 SEN-50K
512MB에 400권의 ePub 책이 들어간다고 하니 과히 스토리의 경우 몇 천권의 책이 들어간다고 봐야 하겠네요. 빠른 기술 발전으로 앞으로 전자책 시대로의 텍스트의 이동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말에는 컬러 e-Ink인 Pixel Qi 라는 제품도 양산단계에 있다니 칼라 전자책 단말기 시장도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출판계는 잘 대처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텍스트는 확장성과 이용 확대가 빠르게 진전된다는 점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 전자책이 시장에서 보편화된다면 소비자들은 종이책과 전자책 중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요?
예날 그 느낌 그대로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과 전자책으로 텍스트를 보는 사람들이 양분되어 나뉘지나 않을까? 아니면 옛날 음악 LP판 처럼 골동품 가계나 재활용 프라스틱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닐지 사뭇 섭섭함 반 기대반입니다. CD가 나옴으로 인해 LP판이 자취를 감춰버렸듯이 전자책이 종이책의 자리를 차지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텍스트를 앞으로는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자신의 전자책으로 다운로드 받는다면 종이판매 업자나 인쇄업자는 어떻게 될까요? 또 간편하게 제작 할 수 있는 전자책 시대가 열린다면 출판사는 어떻게 될까요? 이런 시대가 다가오면 독자들의 패턴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미 시작된 디지털 콘텐츠의 확산일변도는 이미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를 정제되고 기획된 정갈한 콘테츠로 생산하는 출판사의 역할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구글의 무모한 모험을 보면 앞으로의 대세가 어떻게 될지 추측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9월 1일 부로 구글북스에서 도서관의 책을 스캔하여 100만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책을 이미 인터넷으로 ePub과 PDF로 변환없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자책 파일은 아마존의 킨들에서도 바로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미국 독자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일단 무료다 보니 너무너무 좋아 하겠죠. 미국사람들도 공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은 한국사람과 다를바가 없는 듯 합니다.
구글 전자책 서비스 "구글 북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글쟁이를 업으로 하는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인터넷에 무상으로 자신의 저작물을 배포하는 것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럼 이러한 서비스는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블로그로 인하여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잔잔한 에세이를 책으로 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터이고, 아니면 아예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을 터인데 모두가 무료라면 생계와 관련한 창작 활동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요?
구글이 전자책 단말기 생산을 위해 소니와 손을 잡았습니다. 저작권 관리센터를 운영하여 저작권자를 찾아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배분 조취를 취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저작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한 것 같지만 선 실행, 후 보상의 구글 스타일에 약간 식상한 것도 사실입니다.
소니 전자책
아마존의 경우는 저작권자와 사전 협의하여 전자책 단말기와 콘텐츠 판매 서비스를 한 좋은 설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 역시 출판사에 강제적인 가격조정이나 이미 판매된 전자책을 임의로 회수하는 행동으로 많은 전자책 독자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더욱 불거질 듯 합니다.
저의 추측으로는 향후 5년 동안 출판 관계자, 저자, 번역자, 디자이너, 유통업자, 인쇄업자, IT 업체들이 일대 파란이 예상 됩니다. 독자들의 경우 흥미롭기는 하겠지만 자신과 주변사람이 큰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하여 한숨 지을 수도 있습니다.
변화란 참으로 무섭습니다, 21세기의 변화중 단연 인터넷 툴의 등장은 물밀 듯이 산업과 인간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습니다.
전자책의 다양한 활용
10년전에 씌어진 제이슨 엡스타인의 BOOK BUSINESS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기술이 갖고 있었던 의미가 당시에는 예측될 수 없었듯이 오늘날 우리의 새로운 기술이 갖는 의미는 아직 뚜렷하지 않더라도 결코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세상을 이미 10여년전에 예측한 문구입니다. 당시 스티븐 킹이 인터넷 소설
을 인터넷으로 판매하였는데 첫날 40만 건이 다운로드 되었던 때였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고 보니 북스토리는 이 넓은 인터넷 바다에 표류하는 조각배 처럼 느껴지는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