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김지안 그림책 [호랭면]을 읽고.. 


호랭면은 냇가의 가재가 빨갛게 익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 아홉 살 동무 세 명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시원한 얼음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얼음을 찾아 떠나는 길에 아기 호랑이를 돕게 되고 그 덕분에 호랭면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크게 보면 권선징악의 설정이지만 세 동무가 아기 호랑이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지관이와 병관이 시리즈를 보면 곳곳에 숨은 동물들이 나오듯이 호랭면에서 숨은 아기 호랑이가 나온다. 처음 읽을 때는 아기 호랑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보니 거의 모든 페이지에 아기 호랑이가 숨어 있었다. 작가가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그려 놓았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숨어있는 아기 호랑이의 귀여운 모습을 찾는 재미가 있기는 하다. 


호랭면을 읽는데 지문이 조선시대 전기수가 이야기하듯한 구어체(평어)여서 음성지원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호랭면의 첫 대목에서 호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팥빙수의 전설’도 떠올랐다. 팥빙수의 전설이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면 호랭면은 50대 정도의 넉살좋은 아저씨, 세 아이 중 말할 때마다 ‘내 아홉 해를 사는 동안~’을 이야기하는 도령이 중년이 되어 사람들에게 호랭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상해보기도 했다.


귀여운 호랑이들에, 더 귀여운 세 동무들, 그리고 따뜻한 색감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다만 몇 가지 궁금증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문은 평어체인데 세 동무의 대화는 왜 ‘하오체’일까? 그리고 세 동무를 김 낭자, 이 도령, 그리고 박 도령이라 지칭하는데 누가 이도령이고, 누가 박도령인지 알기가 어려우며 서로의 이름을 거의 부르지 않아 도령, 낭자로 호칭을 정한 이유는 뭘까도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세 동무의 복장에서 신분격차가 느껴져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김 낭자는 양반집 규슈, 패랭이 모자를 썼지만 파란 조끼를 입은 도령은 부잣집 도련님. 다른 한 도령은 복색으로 보아 머슴 같은데...... 이 세 명이 모두 하오체를 쓰며 사이좋게 여행을 한다? 이 셋은 어떤 관계일까가 궁금하면서도 이런 복식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매년 여름이 다가올 때마다 여름 먹거리와 관련된 ‘수박 수영장, 팥빙수의 전설’을 읽고 독후활동으로 여름 음식 만들기를 했었다. 올해는 텃밭에서 키운 오이와 상추로 비빔 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음식 만들기만 해서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내년에는 호랭면 읽고 ‘구수한 메밀 향 가득한 면발에, 새콤하고 아삭한 오이 절임과 무 절임, 슴슴하고 입에 촥 붙는 국물’까지 넣어 시원한 호랭면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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