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의 노래
공선옥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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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가르쳤던 학생 중에 선재라는 아이가 있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에, 학교는 자주 빠졌으며 가끔 경찰에서 연락 오기도 하던 학생이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첫 장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아니다 다를까 이야기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작하였다. 할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현재 남겨진 선재. 

맛깔 나는 사투리 표현과 선재와 할머니의 티티카카 옥신각신 대화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지만 선재의 사정이 내 삶의 문제와 너무 맞닿아 있어 읽는 내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홀로 계신 어머니, 아직은 엄마가 삶의 전부인 우리 아이들. 그 사이의 있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면'하는 질문이 너무도 무섭고 슬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왜 이 이야기가 이토록 가까이 다가왔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최근 속상한 일이 조금 있어 울적한 기분에 젖어 들며 가라앉고 있었는데 선재를 핑계 삼아 펑펑 울 수 있었다. 공선옥 작가의 마지막 말 '선재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디 가서 울 수 있었을까 슬픔은 또다른 슬픔에게 안식을 준다.'가 위로가 되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무언가를 베낀 듯하거나 개연성이나 감정의 흐름에 대한 묘사 없이 단순히 줄거리만 나열한 듯한 글을 몇 편 읽고는 소설을 살짝 멀리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글의 흐름도, 묘사도, 내용도 좋은 따뜻한 글을 읽게 되어 너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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