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스반테 페보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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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참 예쁘게 디자인 되어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지루함의 필수 요소(최소한 나에게는)를 모두 가지고 있다.
고고학, 유전자, 학술 연구를 다루는 두꺼운 책...

 

하지만 참 재미있게 읽었다.
쉽지 않은 학술적 내용들이 연구활동의 이면과 저자의 개인사 등과 더불어 재미나게 이야기 되고 있다.
마치 지루하게 정사(正史)를 읽는 중에 흥미진진한 야사(野史)를 읽는 듯한 느낌 같다.

유전자, 생물학, 고고학 등에 고르게 무식한 비전문가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 책의 내용은 너무나 간단하다.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이종교배한 결과 현재의 우리가 생겨났고, 그 결과 2%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았다는 것.

학술적으로 굉장히 경이로운 업적이며, 우주과학 분야로 치자면 달착륙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내용이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유전자적 동일성과 무관하게 너무나 다른 종(種)들이 많이 나오는 판국에 유전자 2%가 뭐 대수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재미있다.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고 쓰기도 잘 썼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힘께 이집트 여행을 했던 아이가 나중에 미라에서 DNA를 추출해 해석하는 것을 계기로 DNA 고고학의 대가가 된다.
저자 개인적으로도 해당 분야의 정규 엘리트 코스 출신이 아니라 점, 양성애자이며 혼외자라는 평범하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학술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며 해당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이름을 알린다.
결국 오랜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유전적 관계의 비밀을 밝혀낸다.

왠만한 영화 시놉시스 같은 인생이다.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연구는 현생인류의 언제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이종교배를 했고, 비아프리카인 dna의 2퍼센트 정도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즉,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적으로 2% 일치하다는 것이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완전히 멸종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모습으로 부분적으로나마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이렇게 생긴 사람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원시로부터 인류가 발전해 오면서 나타났던 다양한 종들을 보면 의문점이 든다.
연극처럼 막 또는 장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면, 연대기 별로 구분된 원시인의 출현 시기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역시 상당한 시간을 함께 공유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5만~10만 년 전, 비교적 동등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그 과정에서 이종교배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던 중 5만 년 전 직후부터 현생인류느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던 반면, 네안데르탈인 등 고생인류는 빠르게 사라졌다.

5만 년 전 이후에 나타난 인류는 이전의 현생인류와 구분되어 대체 집단(Rreplacement Crowd) 라고 불리운다.

이들은 최초의 발사 무기인 뼈로 만든 창과 화살을 사용 했는데, 이런 획기적인 무기들을 통해 네안데르탈인과 고생인류를 물리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5만 년 전에 살았던 인간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기와 다른 것들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공격하며 살았던 모양이다.)

 

이 대체 집단이 중동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만나 교류를 하고 후손을 만들어 반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혼혈이 생겨난다.

그 아이들(?)이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품은 채 대체 집단으로 편입되어 현대의 남아메리카 남단의 티에라 델 푸에고를 비롯해 태평양 한복판의 이스터 섬에까지 확산되었을 것이라 얘기 한다.
멸균된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분석한다는 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만년 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일인 것 같다.

 

지난 여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국립과천과학관-자연사관)

 

 

분자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분야다. 먹고 사는 일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학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근원을 추적해 그 퍼즐을 맞춰가며 비밀을 풀어나가는 일은 현재의 인간 존재에 대한 정의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예측과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존을 위한 활동과 삶을 살아내는 행위만으로는 우리의 존재를 모두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이 책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이라고 했던 이유는 사실... 이런 학술적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평범한 고민들,
우리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배웠던 인류의 생물학적 발전 과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얻어진 연구 결과들인지,
연구비와 연구 시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겼었던 일들 (한국이었다면 학문적 업적이고 뭐고 간에,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되었을 개인사 포함 ^^),
그런 내용들이 이 책을 재미난 이야기 책처럼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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