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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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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이 책은 디자인부터 예쁘고 편집이 세련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독자에게 친절하고 국회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도 세세하게 어려운 용어나 낱말을 풀어 설명해주어 본문과 주를 번갈아가며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전체적인 국회의 1년 타임라인이나 법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를 그림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그래픽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어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프롤로그에서 보조관의 직급과 하는 주로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 정책, 행정, 수행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일한 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임시회, 정기회의 정확한 일정과 수많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대해 간략하게 어떤 일을 하는 지, 어떤 위원회는 겸임을 할 수 있는 지 등 국회 전반에 대해 다양하게 알 수 있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선 보좌관으로서 바라본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대한 단상, 2장에선 제목처럼 보좌관이 국회에서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알려주고, 다양한 경험적 이야기를 통해 고용불안과 같은 직업의 고충과 느낄 수 있는 보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국회에서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동시에 나아가 법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 모습에 대한 통찰을 안내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지까지 생각해볼 수 있어 좋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인용해 보다 폭넓은 방향으로 국회, , 정치에 이르기까지 아울러 안내한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었던 잘못된 관념을 수정하고 생각해볼만한 문제들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책이라 부를 수 있겠다.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의 말처럼 언론이나 편집된 이미지 속 국회의원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아닌 평범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관해 알 수 있었다. 흔히 법조계나 대통령의 모습들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자주 소재로 이용되어 친숙한 반면, 국회에 대해선 다소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국회의원들이나 보좌관의 모습을 그저 서술하고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가 밝히는 것처럼 국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데 여전히 국회가 유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독자에게도 함께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국회의원의 부정적인 모습을 들추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과 유권자 간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 해결책은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인식을 보다 개선할 필요가 있고, 결국 시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영역을 확대한 시민 사회의 형성이다.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되었다면 더없이 훌륭하겠으나 이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나아가야할 사안이고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책에서 말하는 문제의 원인이 유권자에게 있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유권자 뿐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늘 유권자를 예의주시하고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일관적 시그널을 보내거나 즉흥적이고 일회성 이슈에만 반응한다면 결코 지금의 국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진찌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확실하고 힘 있는 사람은 역시 유권자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법안들의 방향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우리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목소리라 생각한다또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작으로서, 최신 국회 소식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으로 공감할 수 있고 현장성도 어느 정도 살려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생각해볼만한 내용도 많고, 새로 알게 된 내용도 많다.


'법치란 최악으로 나쁜 사람이 최고 권력을 갖더라도 큰 문제 없이 국가가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법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정치인이 임의로 권력을 사용할 여지가 있다 보니 유권자는 정치인의 인격이나 인성 같은 게 드러다는 인간적인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성 정치인이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전제하며 보호와 배려를 외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대개 그 안에 자기 자신은 들어가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전개하는 제도들은 결국 사회 고위직에 대한 할당제처럼 손쉽게 데이터로 측정이 가능한 방식으로만 이뤄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가장 눈에 띄는 대상에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대부분의 보편적인 여성이 아닌 소수 기득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일부만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이를 모든 여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개입이나 법을 더 만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목소리는 거의 듣지 못하지만 법을 만들라거나 더 강하게 규제하려는 공권력의 개입은 환영받았다. 성폭력, 가정폭력, 심지어 식습관 문제까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여기는 분위기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학교에서 가르치면 사람이 바뀌어 문제도 해결될 거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학교라는 법의 영향력 아래의 기관을 통해 국가 통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모순) 사회문제마저도 학교에서 담당하기를 바라는 모습은 우리가 제도교육,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에만 관심과 시선을 집중하는 사회라면, 그 자체로 권위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국회만 바뀌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전에, 단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사는 동네의 지역회의 일부터 챙겨보는 것이다. 지역의회에 어떤 안건이 올라오고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서 관심 갖는 이들은 드물다. 많은 일이 중앙 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탓이다. 그러나 거꾸로 사회구성원이 국회만 바라보는 한 중앙 권력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질 뿐 작아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도 일종의 정보라는 점에서, 법에 대해 잘 아는 것, 즉 정보력이 좋은 사람에게 유리하다. 문제 되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나름의 선의지만, 계속해서 그런 식의 법을 만드니 법의 그물망은 촘촘해지고, 그 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강자는 자원을 더 투자하게 되고, 그런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은 쉽게 법의 그물망에 걸려 넘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법이 많고 촘촘해서 행위자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범위가 넓지 않을수록 힘 있는 기업, 권력자, 강자에게 유리해지고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정부패, 이런 것보다 시스템적으로 이미 공정하지 않게 되고 있다. 강자가 이미 유리한 위치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물론 언론에서 말하는 뒷거래나 부정부패가 전혀 없다고 말하고자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단지 사람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사회에서 법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법의 속성과 시스템 측면의 현상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뇌물 수수, 눈감아 주기 등 윤리적 문제라고만 생각하면 나와는 무관하게 그들만 바뀌면 되는, 나는 그저 분노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지만 사람을 바꿨는데도 나아지는 게 없다면 진짜 문제는 도덕성이 아닐 것이다. 국회의원을 제대로 다루고 싶다면 법의 속성,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시스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유권자로서, 국회의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법에 대한 맹신을 줄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사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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