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 조선의 왕들, 주역으로 앞날을 경계하다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3
박영규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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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에 대해 스스로가 갖고 있던 배경지식이라고는 점괘를 통해 앞일을 예측하고 길흉을 알아보는 점성술에 대한 책 정도라만 생각해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에 주역이 포함되지만 그 성격은 다른 저서들과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유교적 사상과 이상향을 담은 다른 책들과 달리 주역은 뽑힌 점괘에 따라 앞일을 내다본다는 점이 조금은 가볍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다시 바라본 주역은 성현들의 말씀을 새기고 그에 따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그대로 실천하기를 목적으로 삼는 논어, 맹자 등의 경전과 달리 주역 괘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는 읽는 사람 스스로에게 달렸기 때문에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주역에서 나온 점괘만을 바라보며 요행을 바란다면 그저 운에 기대 문제 해결을 바라는 모양새가 되므로 주역을 활용하는 좋지 못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책의 2장에서 주역을 활용하는 두 인물의 비교를 통해 주역을 활용하는 방법의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똑같이 주역의 점괘를 통해 길흉을 알아보고 앞일을 내다보려 하지만 삶에서 실천하는 인물의 의지와 노력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면 국면마다 잠복해 있는 변수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흉과 화는 최대한 억제하고 길과 복은 최대한 고양시키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다. 주역은 상황이 변되는 가능성과 원리를 보여주지만 그 상황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주역에서는 길흉화복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고 보는 것이 주역의 기본 전제이기 때문에 점괘를 뽑아서 좋지 않게 나왔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좋은 점괘가 나왔다한들 마냥 안심하고 있어서 될 일도 아닐 것이다.

 

  주역에 관한 배경지식이 전무해 64, 괘사, 효사를 비롯한 책에서 등장한 각종 해석들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주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주역 괘의 원리와 메시지를 읽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64괘를 이미지로 정리한 페이지가 함께 있어 주역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배려한 도움말 정도가 함께 있다면 조금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지만 책에서 소재로 삼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주역을 설명하는 책의 전개 방식이 굉장히 훌륭하고 와닿는 표현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앞서 밝혔듯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주역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주역을 보다 쉽게 소개하려는 목적에서 쓰였다. 쉽게 말해 사례를 중심으로 원리를 이해해가는 방법으로 그 텍스트로 쓰인 조선왕조실록 속 해석들이 당시의 논쟁과 제도 등과 관련되어 있어 추상적인 주역의 글들보다 훨씬 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고 효과적으로 와닿을 수 있게 만든다. 주역을 사랑했던 정조에서부터 영조, 세조, 성종에서 세종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역사 속 순간순간마다 주역이 쓰였던 사례를 통해 실록에서 인용되었던 주역의 문장들이 어떤 의도를 가졌으며 어떠한 의미를 주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각 편마다 분량이 다소 짧다고 느낄 수 있어 주역과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책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되는 것은 사실이나 잘 모른다하더라도 단어와 문장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보고 어떤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세우는데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주역을 좀 더 공부해본 뒤, 꼭 다시 한번 읽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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