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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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지난 번 작가의 다른 책인 신정일의 한국의 사찰 답사기를 흥미롭게 읽은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즐겨하고 사찰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 자주 가는 편이지만 자세히 사찰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진 못했다. 불교 문화를 잘 알지 못했을뿐더러 사찰 내의 건물들에 담긴 의미나 역사, 불화, 불상 등에 대해 무지했으나, 책을 읽고 본문에 수록된 사찰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만으로도 작가와 사찰을 함께 걷는다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에 새로이 작가의 신작,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를 읽을 수 있어 기대되었다. 우리는 흔히 불교의 큰 사찰들에 대해선 이름도 익히 들어보았고, 유명한 문화재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잘 알고 있는 반면 사찰에 포함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암자에 경우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모든 것은 깊은 과거로 사라지고 곧 망각으로 덮인다. 영광의 광채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한 것이라서 만나서 사는 동안은 그렇게 절실하다가도 잠시만 못 만나면 서서히 잊혀지고 기억의 잔해만 남아 마음 속을 떠돌다가 흩어져 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날 문득, 다시 만나기도 한다는 것을 새해 첫날 대흥사의 일지암을 오르고 내리며 깨달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암자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와 불교의 사상 및 암자를 오르고 내리며 떠올리게 되는 인연에 대해 시작하며 우리나라의 숨은 21개의 암자를 소개한다. 전작 사찰 답사기에서도 그러했지만 작가는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산에 위치한 곳만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작에서는 몇 군데 직접 가본 사찰들이 있었는데, 이번 작 암자는 가본 곳이 없어 숨겨진 보물을 알게 되는 기쁨으로 책을 읽는 재미도 있다.

 

우리나라의 수없이 많은 길을 여행하시고 답사하신 작가의 명성답게 암자를 향해 걸으시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시는데, 사찰이 속해있는 산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절이 세워지게 된 창건설화를 덧붙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일주문에서부터 절로 향해 올라가는 숲길, 꽃 등의 자연 모습을 담아내어 사찰로 들어가는 풍경이 머릿속에서 마치 그림처럼 떠오른다. 또한, 사찰에 배치되어 있는 건물들의 의미와 역사를 설명하고 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친절한 주석으로 불교나 건축, 문화재 등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문화재 소개만으로 책이 끝나지 않도록 사찰이나 스님과의 인연, 그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함께 표현하고 있어 흥미롭고 새로이 알게 된 사찰과 암자도 많아 꼭 한 번 직접 도보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은 오를수록 드러나는 세상의 확 트임으로 다시금 오를 수 있는 힘을 얻는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사찰과 암자로 향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의미 있고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되는 보람이 있지 않을까.

 

삼남 제일의 암반 계류를 품고 있는 곡성의 도림사의 길상암이나 남해에 위치한 도솔암이나 보리암, 공주의 마곡산과 함께할 수 있는 백련암, 경주의 골굴암 등 직접 가보고 싶은 암자들도 많았고, 우리의 역사처럼 다양한 이유로 고초를 겪은 사찰과 암자의 역사들을 읽다보면 옛 모습을 알 수 없는 곳들에 대한 아득함도 느낀다. 작가와 직접 걸으며 사찰과 암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느끼고 삶과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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