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거칠부 지음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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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는 여자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수없이 높은 산들이 즐비한 히말라야 산맥은 개인적으로 일생에서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얼마 전 읽었던 바쿠의 신들의 봉우리에서처럼 이름만 들어도 압도적인 느낌이 드는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로체 등의 산을 내 자신이 직접 등반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이 따르겠지만 히말라야를 따라 트레킹해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그 또한 전문적인 산악경험이 없는 나에게도 굉장한 도전이 될테지만 히말라야를 걷고 직접 눈앞에서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벅차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산악인은 아니지만 한라산과 지리산 등 우리나라의 높은 산을 오를 때, 온몸이 힘들고 지치지만 묵묵하게 오랜 시간 걸으며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함께한 사람과의 연대와 산을 오르며 바라보았던 멋진 풍광은 덤으로 최고의 순간들이었다. 기회가 온다면 히말라야를 꼭 가보고 싶고, 6년간 6천킬로미터를 걸은 저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꼭 히말라야 속을 함께 하며 길을 걷고 싶기에, 오랫동안 경험한 저자의 생각과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히말라야 산맥이 이렇게나 드넓은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괜히 여러 나라의 국경에 걸쳐진 것이 아니었다. 초오유, 로체, 칸첸중가, 안나푸르나 등의 높은 봉우리와 포카리 등은 그나마 익숙한 지명이었지만 그 외 저자의 루트에 등장하는 수많은 지명과 길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전체적인 지도를 머리말 앞에 배치하고, 각 챕터마다 루트를 표시한 지도를 덧붙여두어 그나마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반인으로 보기에 지리적으로 어떤 길을 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구체적으로 트레킹을 준비하고 잘 아는 분들에게 보다 맞을 듯하다. 각 챕터는 루트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만큼 많은 트레킹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일반인이 혼자 하기는 어렵고 네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게 되는데 가이드, 세르파, 포터 등으로 구성되어 함께 떠나게 된다. 저자는 함께한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서두에 표기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만큼 트레킹의 목적으로 그들을 고용한 것이지만 함께 여행한 감정과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들 중 하나는 빠져들게 하는 히말라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온통 새하얘서 땅과 하늘을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이나 까마득한 암벽 절벽을 철제 사다리들을 이어 만든 것에 의존해 내려와야만 한 것, 자그마한 사람 앞에 거대하게 서있는 봉우리들과 발 아래 펼쳐진 구름바다와 길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눈으로 된 사막과 같은 풍광은 사진으로봐도 경외심을 일으킬 정도이다.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책의 서술 역시 트레킹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알려주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안내서라기보다 저자가 히말라야 오지들을 트레킹하며 경험했던 이야기, 사건들, 인물들과 있었던 스토리를 중심으로 수필 또는 기행문 형식으로 이루어져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일화를 중심으로 트레킹을 살펴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를 따라 트레킹을 하며 만난 오지에서 그 높은 히말라야 산맥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새로웠다. 다만, 히말라야를 왜 가고,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 친절하지 않아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고 여행을 통해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여행 중 있었던 스토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저자의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실제 히말라야 트레킹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구체적이면서도 진솔하게 살펴볼 수 있고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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