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 스페인어, 활력, 유산, 제국주의, 욕망
김훈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사를 뒤흔든 스페인의 다섯 가지 힘

 

 

 스페인은 세계사를 공부할 때, 대항해 시대에 다른 유럽 국가보다 한 발 앞서 아메리카 정복에 나서며 국력의 정점을 찍고 중남미에 수많은 식민지를 만들며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영국과 달리, 그들은 그 힘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며 이후 세계사에서 지배적인 국가의 위치에 다시 오르지 못한다. 오히려 10여년 전, 세계경제금융위기 당시 그리스 등과 함께 유럽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불안요소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에도 스페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스페인어는 영어에 이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언어로 각광받고 있으며, 유럽 프로축구, 건축과 미술, 무엇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유럽 국가와 달리, 스페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대학생 때, 바르셀로나를 잠깐 여행하면서 영국, 프랑스 등의 문화와 많이 다르게 여유롭고 기후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고, 영어와는 또 다른 스페인어의 매력에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은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스페인의 전반적인 모습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스페인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를 통해 형성된 문화에 대해 영미권 문화보다 확실히 낯설고 덜 친숙할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적으로 세계에 이미 떠오르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페인에 대해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준다. 저자는 스페인의 힘을 다섯 가지로 구분해 스페인을 소개한다. 스페인어, 현재 스페인을 움직이는 원동력, 관광, 역사, 위인이다. 모든 챕터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스페인어와 역사를 설명해주는 챕터가 인상적이었다. 스페인어는 언어사용자 수에서 영어보다 앞선 2위로 4억 3700여명이 사용하며,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수도 21개국으로 2위이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수여서 놀랐다. 아시아의 인구가 중남미보다 훨씬 많지만,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반면 남미는 하나의 언어, 스페인어를 사용하기에 엄청난 규모의 단일 언어권 시장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스페인어는 영어에 비해 너무 낯설기에, ‘올라’정도의 인사말만 아는 나로서는, 스페인어를 잘하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에도 스페인어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는 데 확실히 어려웠지만, 어떤 특징이 있는 지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스페인의 역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혼재될 수밖에 없었던 내력과 가톨릭 왕국의로서의 정체성이 그들의 문화를 이루는 큰 요소가 되었으며, 제국주의 침략과정에서 잔혹하게 원주민을 학살하고 피해를 끼친 그들의 정복 과정을 다시 살펴볼 수 있었고, 잘 알지 못했던 2차 세계대전 전과 후 스페인의 현대사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물론 복잡한 스페인의 왕가를 위시한 역사 전체를 자세히 조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략적인 흐름이 어떤 것이 있었는 지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많이 스며있는 스페인의 하몽, 타파스. 샹그리아와 같은 요리, 토마토를 던지는 라 토마티나 축제, 텔레포니카, 츄파춥스 등 브랜드로 알아가는 경제, 사그라다 파말리아 대성당을 필두로 하는 건축예술과 같은 문화유산, 여행지, 프랑코와같은 역사적 인물 등 스페인에 대해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되어 있어 즐거웠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스페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독자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더 자세히 알고 싶도록 만들 것이다. 어쩌면 스페인이 가장 화려했을 시기지만, 원주민에게는 가장 끔찍했을 시기를 읽다 보면 불편한 감정도 느껴지고, 당시 스페인 침략자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을 중남미에서 강제로 사용하게 된 스페인어 덕분에 또다시 스페인이 그 영향력의 이점을 누리게 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스페인어를 비롯한 스페인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건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앞으로도 스페인을 알려주는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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