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백철 그림, 김진명 원작 / 새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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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의 제목이 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은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로, 일제 강점기 시인이었던 김기림 시인의 작품 새나라 송()’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피리자/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라는 표현처럼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작가의 바람대로 일제 강점기 시절의 어둠을 걷어내고 눈부신 성장을 통해 시인이 바라던 새 나라의 모습을 갖추었다. 책 제목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우리 나라의 역사적 순간에 대해 상상력을 극대화해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했기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나온 책이기에, 책 서문에서도 밝히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립과 긴장 관계가 심화된 시대를 반영해 이야기하면서, 설령 그들이 내세운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이라는 명분 이외에도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에 대한 도발을 해왔으며,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사건 때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는 여전히 일본은 자신들이 다시 한반도에 개입할 명분을 쌓는 중이며 아직도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 세대와 단절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바람대로 우리나라는 IMF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경제적으로 큰 성장을 해냈으나 100년 전과 비슷하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정세로 인해 아직 우리는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제 관계를 냉정하게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를 통해 한 번은 경각심을 갖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원작과 달리 만화 형식을 채택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그만큼 독자들이 보다 읽기 쉽고 경각심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좋았지만 얇아진 책과 만화 형태로 인해 원작을 떠올린 독자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2019년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다소 스토리를 진행함에 있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들이 많고 내용 이 깊지 않다. 핵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역할을 해주는 이휘소 박사에 관한 비약이 많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격 동기와 핵개발 과정에 대해선 짜임새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 더불어 남북합작을 통해 만든 핵을 한반도를 위한 방어용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은 실제 북한의 핵개발 명분이기도 하며 따라서 이 표현은 북한의 핵개발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오판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목표는 이야기 그 자체로서의 매력보다 이 책을 읽고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 정세와 일본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독도는 단순히 조그만 섬에 대한 영유권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하는 문제입니다.‘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방침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강경하게 연설하는 대통령에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일본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과 주권의 상호 존중을 통해 함께 협력해나가고 번영해나가야할 관계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일본과의 전쟁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국제 관계가 예전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예전처럼 우리나라를 위해 대신 참전해줄 나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것. 우리는 막연하게 도움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예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군사력이 발달한 요즘 쉽게 다른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우리의 가장 큰 우방인 미국의 경우에도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질 경우, 어떤 액션을 취할 지는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야기와 달리, 우리에게는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우호적으로 묘사되는 북한과도 실제로는 전혀 도움을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강한 힘을 가져야 진정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가상의 시나리오이지만 실제로 책에서 묘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며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외교적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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