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이코노미스트』가 본 근대 조선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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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우리는 근대 조선을 바라볼 때, 우리의 역사로서 바라본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글, 자료들도 우리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마찬가지로 근대 조선을 바라본 주위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발행된 자료들 역시 우리와 이해 관계가 강하게 얽혀 있는 국가의 시각이 투영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담은 결과이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국 언론지인 이코노미스트또한 제국주의 국가의 시점에서 근대 조선을 바라본다. 하지만, 앞선 국가들보다는 근대 조선과 이해관계가 밀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보다 객관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책 속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세계에 영향력을 갖는 언론지이며, 우리 역사나 일본 등의 시점이 아닌 제3자에 가까운 나라의 시점에서 바라본 근대 조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당연하게도 이코노미스트라고 해서 완벽히 객관적이지도, 정답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말처럼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이 어떤 모습이었는 지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옛 우리 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이코노미스트에 실렸던 조선에 대한 영어 기사문을 보면서 교과서 속 실린 사진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영문기사와 함께 실린 우리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근대 조선과 달리 더 이상 세계와 고립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다행스러웠다. 제국주의 국가인 그들의 시점에서 조선은 우선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지겠지만, 그 과정을 보면서 무역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던 시대적 배경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뤘던 것인지 확인하면서 절로 분노가 치밀었다. ‘조선의 수입은 주로 청나라와 일본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수입품 중 상당수는 영구에서 만들어진 뒤 조선으로 다시 수출된 것이다조선의 전근대적 조치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중계무역으로부터 개항 초기에서부터 식민지배까지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씁쓸한 사실이지만 당시 서양인에게 조선 또는 대한제국이 그런 모습으로 바라보였다는 것이 현실이었을 것이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왜 이코노미스틀 통해서 당시 조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을까하는 동기도 구체적으로 작가는 밝히면서, 100여년 전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행한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중요시 배우고 의미있었던 조선의 사건들이 국내에서만 요란하고 국제적으로는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보다 열강들의 관계 속에서의 조선 등이 중요했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한국 사람들이 기존에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과는 분명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사가 객관적으로 진실인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보다 우리 역사에 관해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발견하고 보다 객관적인 우리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서양 제국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조금씩 침투해가는 과정을, 동아시아의 전근대적 시스템으로 인해 군대를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의 발생 군대 동원에 따른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이권 요구 또 다른 사건 발생 군대 파견 군대 동원에 따른 더 많은 이권 요구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봤다는 점은 사실 제도적 시스템이 완비되어가던 제국주의 국가 시점에서 바라본 지극히 서양인 관점이라는 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시각이었다. 영국은 외국과 무역 거래를 할 때, 상인을 보호하는 조치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와 무역 거래를 하다보면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 나라 정부가 상거래에 간섭을 하고 정부가 나서서 영국 상인들을 규제하고 억누르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부득이하게 군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제규모가 동등하지 않은 국가 간의 자유 무역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며, 이를 막기위해선 국가의 개입이 불가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자유주의 무역이 득세하던 당시 시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고, 그들과 같이 우위에 있던 역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경험이 없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들의 논리는 그들과 힘과 경제가 비슷한 국가 간에서만 적용되었고, 식민지에선 그들의 사업이 손해를 볼 때, 국가가 암암리에 나서서 개입하고 도왔던 게 진실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

 

 또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 이후,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동양인을 지배하는 일은 그들과 완전히 다른 서양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서로 비슷하다면 이런 어려움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이 한국인을 지배하는 건, 서양인이 동양인을 지배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는 기사의 관점을 보면 당시 영국에선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시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임을 보여주며 그만큼 제국-식민지의 관계에 무지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힘의 논리 뿐만 아니라 무관심까지 느껴지는 듯하여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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