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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야행.
10년 만에 옛 영어학원 동기들이 모였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없는 사람은 하세가와.
하세가와. 그녀는 10년 전 구라마 진화제 때 행방불명이 되었다.
다시 10년 만에 찾은 구라마 진화제.
이들 중 오하시는 숙소로 가는 도중 10년 전 사라진 하세가와와 비슷한 한 여자가 '야나기 화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간다. 화랑 안에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기시다 미치오의 [야행] 이라는 주제의 동판화가 있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관장에게 묻는다.
방금 한 여자가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관장은 여자는커녕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숙소에 와서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 모여 있는 모두 기시다 미치오의 동판화와 얽힌 기묘한 사연이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 진다.
과연 기시마의 동판화 [야행]과 하세가와 씨의 행방불명은 연관이 있는 걸까?
첫 챕터를 읽을 땐 우리가 흔히 알법한 소재의 이야기.
즉, 이 중에 범인이 있어. 라고 외치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형식의 서스펜스를 기대했다.
그러나,이 소설은 기묘하다. 조금 더 세심하게 읽었더라면 마지막 반전을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p.15
"야행 열차의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나카이씨의 아내의 변신에 관련된 기묘한 이야기.
다케다군의 회사 동료와의 여행이야기.
후지무라씨의 남편과의 여행이야기.
다나베씨의 철도여행이야기.
그리고 나 오하이의 시간여행 이야기.
각 챕터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시다 미치오의 동판화의 배경과 그 배경 안에 있는 한 여인에 대한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다.
현실과 환상의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위치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p.249
신비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 야행 열차는 밤의 밑 바닥을 질주한다. "
내가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는 내 안의 잠재된 기억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난다면 어떨까 하는 무서움과
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말미에 시공간이라는 설명이 있다.
"난 비록 이곳에서의 삶을 살지만 이제 다른 곳으로 가려 한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 "
아인슈타인의 죽기 전에 한 말이다. 이 말이 계속 떠올랐다.
이 여름의 초입에 서늘하고 기묘한 이야기가 당신의 여름을 견디게 해줄 것 같다.
책 속으로...
p15
왜 야행일까?
야행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p70
어째서 나는 아내를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을까. 틀림없이 나는 어리석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짓만 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불쑥 부드러운 슬픔이 몰려와 나는 절로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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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감싼 밤의 어둠이 감미롭고 친숙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마주 잡으면서 두 번 다시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p95
여행이란 밀실 같은 것이라고 처음에 내가 말했었죠.
마스다 씨 일행과의 히다 여행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도쿄로부터 멀어지면서도 오히려 더 좁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마스다 씨는 그렇게 될 줄 알고 나를 데려왔을 테고, 나도 알면서 순순히 동행했던 것입니다.
p113
마을의 불빛이 모두 사라진 오쿠히다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진한 어둠에 잠겨, 일단 창문을 열기만 하면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들 것 같았습니다.
p181
이렇게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볼 때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경치 하나하나에 말을 건네보십시오. 평소에는 그냥 보기만 했던 경치를 온갖 말로 설명하려고 해보십시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가는 것.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저 경치만을 위해 모든 표현을 사용하는 겁니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이윽고 머릿속이 녹초가 되어 마침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게 됩니다. 눈앞으로 흘러가는 풍경에 말이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때 문득 풍경 쪽에서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무엇인가가 훅 하고 마음속으로 뛰어듭니다. 제가 '본다'라는 것은 즉 그런 것입니다.
p.249
"신비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