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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태양의 탑,
책의 표지를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한 여자가 전차의 선로를 잡고 흔들고 있네요.
그리고 그녀의 눈이 참 무섭게 느껴집니다. 마치 말 안 들으면 죽여 버릴 수도 있다.
라고 말하는 듯 한 표정이네요, 선로 위에는 남자 둘이 버둥대고 있군요.
왠지 괴롭힘을 당하는 듯하다.
이 표지를 보면 어느 정도 채의 내용과 미묘하게 맞아 떨어지네요. 그 미묘함이
전 이 책의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대전 엑스포가 열렸듯이 일본에서도 오래전에 엑스포가 열려졌죠.
그때 상징물이 ‘태양의 탑‘입니다.
이 태양의 탑을 기점으로 우중충한 청춘을 지내버리는 괴짜들의 이야기기 시작됩니다.
허송세월 인생을 보내는 ‘나’는 미즈오 씨로부터 이결통보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별통보를 받은 후에도 그는 미즈오씨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엔도 라는 의외의 인물을 만나고, 그와 유치한 복수들을 펼치며, 내게 웃음을 주며,
지지리 궁상이다 라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그러나 정작 미즈오씨의 존재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아마 끝까지 그녀는 베일에 묻혀 나오질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나’ 라는 인물과 ‘나’를 도와주는 사카마 씨. 그리고 이도, 다카야부 소위 말하는 사천왕들의
한심한 시간 보내기 등이 내겐 웃음만 주었던 것이 아니라, 그 삶이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 무슨 얘길 하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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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 년 동안이나 무슨 얘기를 했을까?”
“그래, 늘 쓸데없는 소리만 해 댔지. 그건 그렇고, 이 장대한 허비는 대체 뭐람. 왠지 죄가 꽤 깊은 것 같다.”
“그것이 우리의 싸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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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 저렇게 푸념 할 수 있는 여유, 혹은 푸념 할 수 있는 시기가 부럽네요.
나 또한 저 같은 시기에 돌아간다 해도 저들과 별 반 다르지 않게 보냈을 것이고,
저들과 마찬가지로 허망을 느끼었겠죠. 부럽다는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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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그들의 일상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특히, ‘나’가 태양의 탑으로 다시
가면서 책이 마무리 됩니다.
내게 주었던 웃음이 이 책의 주된 주제 같네요. 그러나 그 유머러스함과 위트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주는 건, 아마도 현실 속에 퍼져있는 사회상이 아닐까 하네요. 그러고 보면 그 웃음
또한 내겐 비루한 웃음일 뿐입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웃음.
그저 마냥 유쾌하기엔 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