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또한 애가이기도 하다. 장송곡이자 노동요, 찬양을 위한 송가, 노래이자 통곡, 애도이자 메아리, 합창이자 성가다. 함께하라.
14쪽
<목구멍 속의 유령>은 시인이자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데리언 니 그리파’의 산문집이다. 시인으로서 글을 쓰고 번역하는 과정과 가정주부로서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을 앙육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뒤엉키며 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니 그리파는 17세기 시인 ‘아일린 더브’에게 이끌려 그녀의 흔적을 뒤쫓는다.
청소를 할 때면 내 노동은 스스로를 지워 간다. 만약 하루하루가 글자들로 가득한 페이지라면 나는 거기 적힌 글자들을 문질러 닦으며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그 속에서 내 노동은 내 존재를 지우는 행위가 된다.
51쪽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와 삶, 여성을 탐구하는 과정은 혼란스럽다. 가사노동이 어떤 부담감을 안겨주는지와 동시에 그럼에도 그 가사노동이 주는 기쁨이 함께 담겨있다. 아이를 낳는 고통과 함께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의 행복이 함께 담겨있다. 이 혼란스러움은 무언가로 규정지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일린 더브’와의 연결점을 찾아가며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기의 움직임에 어떤 변화가 아주 조금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달려와야 한다고. 대기실로 가지 말고, 접수처에서 확인도 하지 말고, “그냥 보안 요원을 지나쳐서 조산사 구역으로 곧장 달려오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할 텐데요.” 내가 웃으며 말한다. 그들은 함께 웃어주지 않는다.
“아뇨,, 안 그래요. 거기서도 알 겁니다.”
“제 파일을 보여 줘야 하나요?”
“아뇨, 산모분 얼굴을 보면 알 겁니다.”
66쪽
이 장면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다. 일상생활을 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기도 했다. 이보다 몇 페이지를 더 넘기면 달려가는 산모를 위해 보안요원을 포함한 모두가 비켜서는 장면이 나온다.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가 이해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이 책도 그런 책 아닐까? 장면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여성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라 생각했다. 작가가 어딜 향해 서 있는지.
해당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