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아파트‘이다. 언덕이 거의 없는 평평한 땅에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울뚝불뚝 서있는 것. 공동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앞집과 똑같은 도어락이 달린 똑같은 현관문... 나에게 집은 그런 곳이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파란 대문을 열면> 속 주인공은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 만나는 파란 대문을 가진 집이다. 주인공은 그런 집에서 꽃을 심기도 하고,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추억을 가득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가 들어서야 하니 집에서 나가라는 안내문이 파란 대문에 붙어있게 된다. 7,80년대의 ‘집’의 형태, 그리고 그 집이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들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따뜻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당시에 집집마다 가졌던 따뜻함과 정겨움을 현재에는 많이 찾아볼 수가 없다. 꽃을 심고 피워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도, 집집마다 서로 다른 대문이나 형태들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줄곧 아파트에 살아와서 그 때의 그 따뜻함, 정겨움 등의 감성을 잘 알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아쉽고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를 살아본 이들에게는 더욱 아쉬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이사’를 가는 것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결말을 맺지만 사실 당시에 개발로 인해 이사할 집을 찾지도 못해 거리에 나앉거나 내쫓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사실들을 함께 떠올리니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