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경제 - 빈민의 유리지갑에 비친 경제 이야기!
바바라 에렌라이히 지음, 홍윤주 옮김 / 청림출판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4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의 1인당 소비는 저소득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14배 많다.


그러나, 모든 미국인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저널리스트 바바라 에렌라이히는 ≪빈곤의 경제≫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형편없는 삶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복지 개혁으로 노동 시장에 내몰리게 된 약 4백만 명 가량의 여성들이 시간당 6∼7달러의 수입으로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저임금 노동자 생활에 뛰어든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생활고는 주택 문제다. 아파트 한 채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다. 노동자들은 어마어마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미국 전국노숙자연합의 1998년 자료에 따르면 방 한 개짜리 아파트를 유지하고 살려면 시간당 임금이 8.89달러는 돼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플로리다 키웨스트에서 수십 군데 입사 지원을 통해 겨우 찾아낸 일자리는 시간당 임금이 고작 5∼6달러인 웨이트리스 자리였다. 에렌라이히가 들려주는 노동자들의 주거 상태는 끔찍하다.


“웨이트리스 마리안느는 애인과 함께 1인용 트레일러에서 주 1백70달러를 내고 산다.” “조앤은 밤에는 쇼핑 센터 뒤에 세워놓은 자동차에 살고 샤워는 티나의 모텔 방에서 한다.” 1997년 전국노숙자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자 중 5분의 1이 종일 또는 시간제 일자리를 갖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평범한 노동자들 중 일부는 이동 주택(트레일러)조차 구하지 못해 자신의 자동차, 벤치, 공원에서 생활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업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어느날 저녁 린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 일이 그녀에게는 하루 6시간짜리 부업일 뿐이며, 시간당 9달러를 주는 공장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제3세계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시간 노동으로 지친 웨이트리스에게 손님들은 “오십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전쟁터에 흩어져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가서 그들을 먹여라! 이런 일을 내일 또 해야 한다는 건 잊어 버려라!” 대부분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만성 질병에 시달린다. “단 1초도 쉴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다리가 쑤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통증이 널 이기게 될 테니까.” 한국과 마찬가지로, 용역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한다. 저자는 청소 용역 회사 ‘더 메이즈’에서 시간당 6.65달러를 받고 일한다. 에렌라이히는 회사가 고객에게서 청소부 1인당 1시간에 25달러를 받아 챙긴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 분노한다.


반면, 부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백만 달러짜리 콘도 주인이 안방 욕실을 보여주면서 샤워 부스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걸 듣자니 내 자제심이 심하게 흔들린다. … 나는 그녀에게 피 흘리고 있는 것은 당신 욕실의 대리석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 계급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자가 월마트에서 일하고 있을 때 주변 사업장에서 대규모 연대 파업이 일어난다. 1천4백50여 명의 호텔 노동자들이 9개 호텔에서 파업을 일으켰다. 팀스터 지역에 있는 펩시 콜라 병 공장에서 노조원들이 파업했다. 세인트 폴의 정육 공장 노동자들은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다.


저자는 직원 휴게실에서 TV로 파업 소식을 본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한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아들을 위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모두 아들을 위한 것입니다.’ … 그 순간 방에 있던 유일한 동료가 벌떡 일어나 씩 웃더니 허공에 대고 주먹을 흔든다. 나는 그녀에게 ‘여기! 우리!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두 개의 집게손가락을 땅으로 향하는 제스처를 해보인다. … 갑자기 눈물이 난다.” 미국 노동 계급은 부활하고 있다. 4월 20일 워싱턴에서는 10만여 명의 노동자·학생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반대”를 외치며 반전 집회에 참가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그들은 변혁을 위한 투쟁에서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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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5-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