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존 몰리뉴 지음, 최일붕 옮김 / 책갈피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중적 혁명정당 건설'이라는 무거워 보이는 정치 주제를 그토록 재미있고 명쾌하게 주장한 저자의 글쓰기에 반했을 것이다. 뒤이어 같은 저자의 <렘브란트와 혁명>(책갈피)까지 읽고 나면 좀 놀랍다. 딱딱한 인상의 마르크스주의자가 인간 사회와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준다.

이 책들을 쓴 사람은 영국 포츠머스 대학 예술사와 철학 교수이자 사회주의노동자당(SWP) 활동가인 존 몰리뉴다. 한 마디로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기쁘게도 그의 책 두 권이 새로 출간됐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는 존 몰리뉴가 주간신문 <소셜리스트 워커>(Socialist Worker)에 연재한 칼럼들을 묶은 훌륭한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다.

이 책의 장점을 알고 싶으면 목차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 본성이 바뀔 수 있을까?"

"사회주의는 사람들을 다 똑같이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사회주의가 되면 민주주의는 없어지지 않을까?"

"무조건적 그러나 비판적 지지란 무엇일까?"

"어쨌든 세계 동시 혁명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사회주의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품어 봤음직한 의문과 토론거리들을 다루고 있다.

가끔 보면 '마르크스주의'를 자처하는 학자들은 일부러 구름 잡는 듯한 말을 하고 자기들끼리만 알아 듣는 언어를 사용한다. 상투적 통념에 지나지 않는 주장을 일부러 어려운 일어식 한자어로 치장하고, 단 몇 쪽의 문서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수십 쪽의 논문, 심지어 수백 쪽의 책으로 내놓곤 한다.

존 몰리뉴는 교수이지만 결코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주장이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재미있는 비유들이 많다. 예컨대,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법과 질서"가 중립적이기는커녕,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옹호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묻는다.

"법이 자본주의 사회의 소유 관계들을 반영하고 나아가 그것을 강화해 주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라. …… 만일 법관들이 한밤에 혼자 다니는 여자가 강간을 당해도 법이 보호해 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듯이, 대낮에 '롤스로이스' 같은 최고급차를 타고 거드름을 피우는 백만장자들이 강도를 당한다 해도 그것은 그들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판결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새 세대를 위한 훌륭한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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