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뉴욕에 가다 - 역사 모노드라마
하워드 진 지음, 윤길순 옮김 / 당대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하워드 진이 쓴 희곡. 실제로 이 작품은 미국에서 연극으로 상연됐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왜곡에 항변하기 위해 저승의 관료들을 설득해 한 시간 동안 환생한다는 설정이다. 등장인물은 마르크스 혼자인 모노 드라마다.

우선 무척 웃기다. (스탈린주의가 신격화한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인간적 면모를 많이 그렸기 때문이다. 만만찮은 술꾼이었던 마르크스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자기 가족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하고, 엉덩이에 난 뽀루지를 한탄하기도 한다. 아나키스트 바쿠닌과 논쟁하면서 "이봐, 미하일! 너는 내 이론에 침을 뱉을 수 있지만, 내 집 마루바닥에는 그럴 수 없어. 당장 닦지 못해!" 하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물론 이 논쟁은 전적으로 허구다).

반면에 마르크스가 침울하게 자신과 가족이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는 무척 안타깝다. 실제로 마르크스는 자신이 한 정치 선동 때문에 추방당하고 가난에 시달려 자식을 잃기도 했다.

하워드 진은 칼 마르크스가 무덤에서 나와 1990년대로 돌아오면 무슨 말을 할지 묻는다. 마르크스는 현실의 모습에 무척 분노한다. 결국 자기가 옳지 않았냐고 던지는 질문은 반박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이 작품이 상연됐을 때의 얘기도 흥미롭다. 젊은 흑인 사회주의자인 브라이언 존스가 마르크스의 역을 맡았다고 한다. 브라이언 존스가 자신이 흑인인데 어떻게 마르크스역을 맡을 수 있느냐며 난색을 표하자, 하워드 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르크스는 피부가 검어서 사람들이 '무어인'이라고 불렀지. 자네가 적임자야."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얇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잠깐 훑어보기만 하고 나중에 읽어야지' 했다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됐는데, 40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좀 어렵거나 지루하기라도 하면 오래라도 읽지. 세상에, 40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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