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트남 전쟁 - 미국은 어떻게 베트남에서 패배했는가
조너선 닐 지음, 정병선 옮김 / 책갈피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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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책. 책을 읽다 말고 눈물을 흘려 본 게 얼마 만인지...

미군의 기습으로 전멸당한 여성 베트남 전사들의 이야기, 캄보디아 대학살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조너선 닐의 치밀한 노력, 자신들이 민간인들을 학살한 것을 깨닫고 장교의 명령에 불복하며 그들을 치료하려 애쓰는 미군 사병들의 이야기, 제대 후 불구가 된 몸으로 반전 시위에 참가하게 된 미군 사병 론 코빅(영화 <7월 4일생>의 실제 인물)의 이야기, 베트남에서는 거짓된 우월감으로 아이들에게 씨레이션 깡통을 던져 주다가 고향에 돌아와 자신들도 그 아이들과 같은 비참한 처지임을 깨닫고 절망하는 미군 사병들의 이야기, 정신병동에서 미군 사병들과 의사들 사이에 벌어진 심리적 투쟁들 ... 나에겐 왜 미군 사병들의 심리와 그들의 변화 과정을 묘사한 글들이 그토록 감동적이었을까...

가장 압권은 다음의 부분이다. 

베트남에서 복무하던 시절에 코빅은 히피 시위대들을 늘 증오했다. 이제 그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고, 휠체어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그는 시위 장소 한쪽 끝에 차를 세워두고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경적을 울리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 재향군인들이 한 명씩 앞으로 걸어나가 담장 너머 의사당 쪽으로 훈장을 던져 버렸다. 각자 한 걸음씩 걸어나가 훈장을 던지면서 무언가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피터 브래너건이다. 나는 명예 전상장을 하나 받았다. 이제 저기 저 빌어먹을 자식들[경찰]과 싸우다가 하나 더 받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서 나와 내 동료들이 저지른 행위가 용서받기를 바란다." "2대대, 제1해병대 - 민중에게 권력을." "우리는 더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싸워야 한다면 그 싸움은 저 계단[국회의사당 계단]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될 것이다." ... 경찰은 485명을 체포했다. 485명 가운데 다수가 경찰에 이름과 군번, 그리고 생년월일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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