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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시크릿 엠파이어 ㅣ 시공그래픽노블
댄 슬롯 외 지음, 스튜어트 이모넨 그림, 김의용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4월
평점 :
한 작가가 무려 10년 동안 한 작품을 도맡아 썼다면 그만큼 그 작가가 능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댄 슬롯이 스파이더맨을 집필한 이래로, 원래부터도 잘 팔렸던 스파이더맨 코믹스는 마블의 최고 으뜸 타이틀로 자리매김하여 우수한 판매실적을 올렸습니다. 저 역시 코믹스에 처음 막 발을 디뎠을 때 댄 슬롯이 쓴 책들을 즐겁게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량이 좋다고 해서 그 책의 작품성마저 보장하지는 않는 법이죠.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댄 슬롯은 언제나 문제작들을 써왔고, 올해 새로 한국어정발된 신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크릿 엠파이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크릿 엠파이어>는 2015년 [올 뉴 올 디퍼런트 마블] 라인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기업 C.E.O. 피터 파커'라는 정체성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가난뱅이 피터 파커'로 되돌려놓은 책입니다. 이때 마블이 추구한 라인업 브랜드는 [마블 레거시]로 분류합니다. 2017년 이벤트 <시크릿 엠파이어>의 타이인에 해당하는 이슈들을 수록하면서, 그 전후 사정까지 포괄해 볼륨이 제법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단행본을 1부, 2부, 3부와 한 편의 외전으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1부는 가상의 국가 심카리아를 배경으로 한 '그린 고블린 vs. 스파이더맨' (이슈 #25-28), 2부는 시크릿 엠파이어 타이인 '슈피리어 옥토퍼스 vs. 스파이더맨' (이슈 #29-31), 3부는 백수 폐인 피터 파커의 홀로서기 (이슈 #789-791), 마지막으로 외전은 노먼 오스본의 자아탐색 (이슈 #32). 각각 개성이 강하고 구성지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크릿 엠파이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아트웍입니다. 작화가. 정말. 정말. 정말 좋아요. 이렇게까지 좋아도 될 일인가? 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훌륭합니다. 펜슬러 스튜어트 이모넨 당신은 그저 빛이야. 이모넨의 페이지 구성력은 정말 연신 감탄을 금할 수가 없어요. 하얀 여백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페이지조차도 이모넨의 손을 거치면 빈틈 하나 찾을 수 없도록 꽉꽉 들어차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모넨이 가장 강점을 보일 때는 양면페이지(Double-page spread)를 선보일 때라고 생각해요. 분명 패널과 패널 사이가 끊겨있으나 끊겨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으니 말 다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아트웍을 앞으로 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니 너무나 아쉬운 거 있죠. 이모넨이 작년에 은퇴선언을 했거든요. 이번달 정발작품인 <레드 고블린>을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했어요. 서러워서 살겠어요 정말...
레터링 역시 환상적입니다. 댄 슬롯의 문체는 특히 연재 후반부에 가까울 수록 대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요(마치 클래식 고전작품에서 그랬듯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다!를 주절주절 떠들어대는듯한 Corny함이 있습니다). 레터러가 말풍선 배치를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시선이 오고가는데 어색함이 없습니다.
외전인 이슈 #32는 피터 파커가 아닌 노먼 오스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 독립적입니다. 작화 역시 <문나이트>에서 인간의 내면 심리를 깊이있게 탐구했던 그렉 스몰우드가 맡아 잘 어울렸어요.혈청의 도움 없이 내면에 잠든 고블린을 찾아 나서는 오스본의 이야기인데요. 약간의 반전은 언제나 즐겁죠. <시크릿 엠파이어> 단행본 중에서 가장 작품성 있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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