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 #1000 시공그래픽노블
앨 유잉 외 지음, 대니얼 아쿠냐 외 그림,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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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날 새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미국과 한국의 시차 때문에 코믹스 소식이 올라오는 건 언제나 새벽이랍니다.) 며칠 전부터 "대박 프로젝트"라며 예고의 예고를 거듭하더니 약속한 그 시각이 딱 지나니 구독팔로했던 존잘 작가님들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이미지를 타임라인에 한가득 수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때는 레전설이었으나 지금은 마블과 결별하고 다른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님들 (이를테면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 켈리 수 디코닉, 은퇴한 스튜어트 이모넨 등등...) 까지 말이에요. 뭐야, 뭔데,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데! 일동 흥분의 도가니! 뭐라도 좋으니까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많이 나오는걸로! (ㅋㅋㅋ) 애타게 바랐던 새벽이었지요.


마케팅이 참 똑똑했습니다. 하늘까지 치솟은 어그로 계수! 정말 모두의 이목을 한방에 휘어잡아 끌어당겼으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성공적이어서 오히려 독이 됐던 걸까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작가당 한페이지씩 (꼴랑 한장!??) 맡겨서 마블코믹스 회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앤솔로지였고... 솔로타이틀이나 이벤트 같은 신작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이었죠. 저도 적잖이 실망하고는 "안 사!!!!! 안 읽어!!!!!" 심통을 냈었더랍니다.


그도 그럴게, <마블코믹스 #1000> 기획은 노골적인 상술처럼 느껴졌단 말이죠. 그맘때 마블의 영원한 라이벌 DC코믹스에서는 마땅히 기념작 기획을 해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어요. 2018년에는 슈퍼맨 80주년을 맞아 액션코믹스 통산 #1000호를 달성해 기념이슈를 빠방하게 냈었고, 2019년에는 배트맨 80주년을 맞아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지요. <마블코믹스 #1000>의 숫자가 왜 하필 1000이냐? 딱히 이유 없습니다. 단지 라이벌 DC사의 바이브에 은근슬쩍 편승했을 뿐. 으이구, 정말.


시간은 지나 어느덧 2020년. 시공사의 은덕을 입어 <마블코믹스 #1000>이 한국어정발 되는 경사가 생겼습니다. 위에 마블 욕을 푸짐하게 해놓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덕후란 아무리 뒤통수를 맞아도 때 되면 기뻐하는 그런 족속 아니겠습니까. 원래 모든 정발은 경사입니다. 주어짐에 감사해야죠! 정발됐다는데 당연히 한번쯤 읽어드려야죠!


읽어본 결과, 오우! 상당히 괜찮았어요. 이슈가 막 발행됐을 때 코믹솔로지에서 사서 읽었어도 전혀 불만이 없었을 정도의 퀄리티. 작가들이 아무리 배당받은 페이지가 한쪽 밖에 안 되더라도 역시 이름값은 하는구나 싶었어요. 역시 한국어 정발되는 작품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또 했어요. 그 많고 많은 후보들 중에 콕찝어 이 책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에요.


어떻게 어떤 점에서 괜찮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봐야겠지요. <마블코믹스 #1000>은 마블사의 8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특별 이슈였습니다. 한 쪽을 넘길 때마다 1년이 지나가요. 그 해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사건을 하나 꼽아서 쪽만화로 녹여내었어요. 스토리텔링 방식, 컷과 컷을 넘나드는 연출, 화풍과 스타일이 각양각색으로 다양해서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로는 단연 1등감이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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