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그웬 : 고스트 스파이더
셰넌 맥과이어 지음, 로지 캄페 외 그림, 김의용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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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버스>를 통해서 화려하게 등장했던 '스파이더 그웬'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어요. 책이면 책, 굿즈면 굿즈, 무엇이든 '그웬'이라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초고속으로 승진해 극장가에 데뷔하기도 했죠(<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파이더 그웬>의 첫번째 작가진은 다음 세 사람이에요: 글작가 제이슨 라투어, 그림작가 로비 로드리게즈, 그리고 채색작가 리코. 이 사람들이 대략 3~4년동안 아주 꾸준하게 그웬의 이야기를 냈습니다. 저는 첫번째 그웬 솔타(라투어런)를 처음 읽을 때 꽤나 실망했어서 (그 이유는 후술할게요.) 작가진이 바뀔 때까지 오랫동안 그웬 솔타를 집지 않았어요.


라투어의 뒤를 이은 두번째 글작가는 셰넌 맥과이어. 여성이 쓰는 여성캐릭터 이야기는 경험상 재미없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퀄리티는 보장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갔어요. 그런고로 까짓거 한번 다시 도전해볼까 라는 기분으로 읽어보았던 책이었어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뜻. 맥과이어런 <스파이더 그웬: 고스트 스파이더>는 <스파이더버스>의 후속이벤트였던 <스파이더겟돈>의 타이인으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은 '스파이더겟돈' 글자가 붙은 모든 것중에 가장 훌륭했던 책이라고 감히 단언해봅니다. (리빙포인트: 대부분의 '겟돈'은 불태워도 좋다.)


시시콜콜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됐었던 라투어런을 굳이 읽지 않아도 바로 맥과이어런으로 정주행을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에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어차피 독자로서 꼭 알아야하는 건 '이전 이야기' 요약을 통해서 다 얘기해주거든요. 쌩뚱맞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게 쓰여져있기도 하고요. 우리가 알아야 하는건 1)고등학생때 그웬이 방사능거미에 물려서 스파이더우먼이 되었다. 2)동급생 친구 피터 파커는 리자드가 되어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3)그웬은 거미 초능력을 잃었고 4)심비오트 수트를 얻었으며 5)시크릿 아이덴티티를 포기하고 자진투항하여 일년 정도 감옥살이를 하다 나왔다. 이정도 뿐이에요. 정말 쉽죠. 현재 그웬의 나이는 갓 스무살 정도이고, 형을 다 살고 이제 막 출소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멀티버스 설정을 통해 세계관을 무한하게 확장시켜서 '평행우주'라는 이름하에 간편하게 설정변주를 꾀합니다. [누군가 거미에 물리고, 그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겪고, 그로부터 책임감을 배운 뒤에 영웅이 된다.] 그 누군가는 대부분의 경우 미국 뉴욕에 사는 '피터 파커'라는 이름의 인물이지만, 종종 피터 파커의 주변인물--해리 오스본, 플래시 톰슨 등--이 되기도 하고, 다른 국가와 도시에 사는 인물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틀에 들어가는 내용물만 달라지는 거예요. 이렇게 익숙한 도식에 약간의 변화를 가미해서 나오는 책은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다는 이유로 완전히 밑바닥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덜하고, 또한 기존 이야기화소의 교환과 재해석을 통해 오리지널의 이야기를 훨씬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줘요. '파생캐'의 서사는 그 자체적으로 독립하게 의미를 갖지만, 그 렌즈를 통해 오리지널 캐릭터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무엇이 오리지널을 가치있게, 특별하게 만들었는지를 역으로 느낄 수 있는 거죠.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중에서 스파이더 그웬--고스트 스파이더로 이름을 바꾸었으니 그렇게 불러줘야겠죠--은 특히나 멀티버스 설정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어요. 그웬 캐릭터는 "모두가 아는 비운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가 만약에 피터 파커 대신 거미에 물린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어요. 하지만 그 데뷔 무대가 하필이면 여러 멀티버스 출신의 거미들이 한데 모여 공공의 적과 싸운다는 <스파이더버스>였기 때문에, 그웬은 초창기부터 멀티버스를 종횡무진 오고가곤 했습니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보통의 파생캐와는 달리 '히어로 그웬 스테이시'는 기본 서사 자체가 멀티버스 모험에 가까이 뿌리를 두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온갖 거미 바리에이션들을 목격했고, 거기서 그웬 스테이시들은 일찍 죽는 경향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해냈다는 거예요. 오리지널 그웬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리 놀라울만한 일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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