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쪽.
˝실업률과 수감률이 높은 사회에서는 만날 수 있는 남성의 수가 적다. 선택할 수 있는 남성의 수가 적어지면 여성은 어떤 남성이 감옥에 가게 될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관계를 맺게 되고, 대신 그에게 크게 헌신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남성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결국 결혼할 만한 남성은 더욱 줄고, 남녀 간 불신은 더욱 커진다. 고용 불안정과 투옥, 좋은 일자리와 ‘좋은 남자‘의 부재가 남녀 간 불신으로 이어지는 순환은 주로 빈곤한 집단에서 발생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사회의 중간층에서도 비슷한 순환이 확대되고 있다.˝
143~144쪽.
˝빼어난 저서인 《수평 측정기: 평등한 사회는 왜 더 건강한가》는 불평등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의학과 전염병학을 전공한 두 영국인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켓은 이 책에서 소득 격차가 각종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저자는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여러 국가와 미국 내 여러 주에서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2009년의 연구 결과, 불평등이 심해지면 믿음과 신뢰, 기대 수명, 아동의 교육 성취도,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아지고, 정신질환(약물 남용 포함), 비만, 영아 사망률, 10대 출산, 살인이 발생할 가능성과 수감률은 높아졌다. 이러한 요인들은 사회의 건강과 가족 안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은 빈곤율보다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두 저자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하며, 불평등이 심할수록 앞서 나열한 것과 같은 사회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약물 남용과 높은 살인률, 높은 수감률은 여러 주에서 불평등 수치가 높게 측정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사회 문제는 특히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 결과, 약물 과다 복용으로 남성 사망률이 높아지며, 약물을 남용하거나 교도소에 수감된 남성은 배우자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는 가난한 노동자 계급 집단에서 ‘결혼할 만한 남성‘의 수가 결혼할 만한 여성에 비해 적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153쪽.
˝50년 전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시골과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 그 외 소외 집단 등 소수만이 사회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가족 간 유대 관계가 무너지면서 더 많은 집단이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상층과 중간층, 중간층과 하층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그 결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계급이 재생산되고 있다.˝
˝수치를 살펴보자. 가난한 집안의 자녀는 집이나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적은데, 이는 아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1960년에는 저마다 다른 계급의 백인 아이들이 독해 및 수학 시험에서 비교적 성적 차이가 적었다. 반면 흑인 아이들과 백인 아이들의 성적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오늘날은 다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숀 리어든은 이를 ‘소득에 따른 성취도 격차‘라고 기술한다. 리어든은 소득 분포 백분위 90(상위 10퍼센트) 가정의 아이와 백분위 10(하위 10퍼센트) 가정 아이의 성적을 비교해서 차이를 측정했다. 계급에 따른 성적 격차는 197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커지기 시작해 계속 증가했다. 계급에 따라 자녀의 성적이 다른 것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라틴계도 마찬가지였으나 백인만큼은 아니었다. 소득 사다리의 맨 꼭대기에서 훨씬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백인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종 간 차이는 1950년과 1980년대 초반 사이에 크게 줄었다. 오늘날 소득에 따른 성취도 격차는 흑인과 백인 간 성취도 격차의 거의 두 배로, 25년 전보다 30~40퍼센트 더 벌어졌다. 물론 여전히 인종 간 격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계급이야말로 점점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